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이 모든 멍에를 묻겠다"며 "서로를 보듬으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길 바란다"는 내용의 수감 중 자필메모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본인의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고 수감 시절이던 2021년 늦가을 감옥에서 썼던 자필 메모를 출판사를 통해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메모에서 "저는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며 "하지만 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더 이상의 재판 절차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모든 역사적 멍에와 책임을 제가 지고 가는 대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관용을 부탁드린 바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안보를 굳건히 지켜냈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보람 있었다"며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으로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북콘서트에는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정무수석이 질문자로 단상에 올랐다. 내빈으로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 집필 이유에 대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 아쉬운 일에 대해선 아쉬운 대로 잘한 결정은 그대로 써서 미래 세대에 교훈이 될 수 있으면 해서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사소한 실수는 있었을지라도 의도적으로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떳떳하고 당당했다"며 "가까이 있던 사람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국민들께 실망을 드렸던 것을 저를 힘들게 했지만 진실을 언젠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담담히 견뎌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는 하지 않겠지만 국민들께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판된 회고록은 두 권으로 구성됐으며 각각 400쪽 정도 분량이다. 책에는 18대 대선 이후인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약 10년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