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 신청자 명단이 4일 공개됐다.
20명이 넘는 용산 대통령실 참모 또는 장·차관 출신 등 정권 핵심부 인사들은 상당수 '텃밭' 공천을 신청했다. 주로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에 출사표를 던진 것.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과 경선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정면대결을 펼치게 됐다.
특히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은 여당의 '텃밭' 중에서도 유리한 부산 해운대갑과 서울 강남을에 도전한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슬로건으로 내건 '운동권 심판'을 위한 이른바 '저격' 출마는 전직 의원 등 원외 인사들이 주축을 이뤘다. '789 세대(70~90년대생)'가 더불어민주당의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세대에게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양지 몰린 '용핵관들'…긴장하는 현역들
초선 김병욱 의원이 현역인 경북 포항시남·울릉에는 이병훈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이상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도전한다. 이부형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재선 김정재 의원이 있는 경북 포항북에, 원조 친박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무소속)가 출마 선언을 한 경북 경산엔 조지연 전 행정관이 현역 윤두현 의원에게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부산에서도 용산 출신이 약진할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다.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초선 안병길 의원(서·동)에게,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5선의 서병수 의원(진갑)에게 맞선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현역 하태경 의원의 험지 도전으로 공석이 된 해운대갑에 출사표를 냈다.
수도권 텃밭에서도 용산 출신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경기 분당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재선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에게는 손수조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이 도전했다.
서울 송파갑에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는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냈다.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과 이영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중·성동구을에서, 윤희숙 전 의원과 권오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중·성동구갑에서 한판승부를 예고했다.
다선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낸 '신인'들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결혼을 주선한 인연이 있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4선의 박진 전 외교부장관과 서울 강남을에서, 성은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3선의 김상훈 의원과 대구 서구에서 맞붙는다.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지냈을 경우 최대 35%까지 감산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용핵관' 출신 신인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밖에 방문규 전 산업통상부장관은 경기 수원병에서 경선을 치른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오른팔 김영진 의원이다.
용산 대 현역 의원 간 대결의 윤곽이 나온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일부터 설 연휴까지 서류심사를 진행해 부적격자를 걸러낼 방침이다. 연휴 이후 14일부터 지역별 면접을 마치는대로 단수 추천과 우선 추천, 경선 지역과 현역 국회의원 컷오프 결과에 따라 '윤심(尹心) 공천' 논란이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789 세대'로 '86 세대' 잡자…한강벨트 '세대포위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86 심판'의 저격수들로는 '789 세대'가 출격한다. '789 세대' 상당수를 접전지 또는 험지에 내보내 '86' 현역 의원들과 맞붙게 해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세대심판론은 특히 서울의 한강벨트(마포구·용산구·성동구·광진구·동작구)에서 두드러진다. 용산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구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86 상징'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재선을 지낸 중·성동구를 노리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돈봉투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을 마포갑에서 잡겠다는 의지다. 오신환 전 의원은 역대 9차례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두 이긴 광진을에서 3선 고지에 도전한다.
양지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검찰부터 대통령실까지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주진우, 이원모 전 비서관도 '789 세대'로서 불 붙은 '586 심판론'에 화력을 더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 정청래 의원을 잡겠다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출마를 접으면서 '586 심판론'에 다소 금이 갔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장동혁 사무총장은 "비대위원 활동을 하면서 당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선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1960년대생으로, '86 심판'보다는 '개딸(이재명 대표 극성 지지자) 민주주의'를 타도하는 방식으로 반(反)이재명 전선을 넓힐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