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S건설에 대해 중앙정부 직권으로 8개월, 서울시가 1개월 등 9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대로 확정되면 수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건설업체에게는 행정소송을 통한 징계 회피의 길은 활짝 열려 있다.
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최근까지 건설사 영업정지 처분 공고가 총 7969건이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 20위권' 대형 건설사들만 선별하면 모두 9건이 확인된다.
업체별로는 GS건설이 최근 2차례 조치를 포함해 3건, 누적 11개월로 가장 많은 영업정지를 당했다. 뒤이은 건수 기록은 HDC현대산업개발(누적 16개월)과 코오롱글로벌(누적 5개월)이 각 2건씩, 현대엔지니어링(2개월)과 태영건설(3개월)이 각 1건씩이다.
GS건설은 지난해 검단아파트 붕괴로 2차례 영업정지에 앞서 2019년 경북 에너지타운 공사장 붕괴 사망사고로 1차례 더 조치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하나만으로 2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건설사의 위법 사항은 심각성에 따라 시정명령, 과징금, 영업정지, 등록말소를 처분한다. 명목상 영업정지는 등록말소 다음으로 무거운 행정처분이다. 하지만 영업정지는 신규 영업에 한정되기 때문에, 이전에 따낸 도급계약이나 인허가에 따른 공사는 계속 할 수 있어 영업을 폐쇄당하는 일은 사실상 없다.
나아가 건설사들은 행정소송을 통한 법적 구제를 적극 모색한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해두면, 가처분만 인용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 가처분으로 처분 효력을 정지시켜 신규영업을 할 수 있는 데다, 대표자의 자숙 등 감경 요소를 생산해 영업정지 타격을 얼마든지 피한다.
GS건설은 경북 에너지타운 공사장 사고로 2022년 3월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곧바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관대한 법원으로부터 인용받았다. 더욱이 대표자가 영업정지 기간에 8시간 건설업 교육을 이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기간을 15일 감경받았다.
GS건설은 이번 검단아파트 사고 관련 영업정지 조치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사고에 따라 하수급인 관리의무 불이행과 부실시공으로 각각 영업정지 8개월씩 처분받았다. 하지만 현행 법규대로 하수급인 관리의무 불이행 부분은 과징금으로 대체받아 4억원 납부로 회피했다. 남은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역시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낸 채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18년 영업정지 처분 뒤 일단 가처분을 받아내고 대법원 패소가 확정되기까지 3년을 영업을 계속했다. 이 기간 대표가 교육을 이수해 영업정지 기간 15일 감경도 받았다. 야탑10교 하자 발생으로 2021년 받았던 영업정지 2개월은 법원 조정을 거쳐 과징금 4천만원으로 대체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진접선 전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로 2021년 영업정지 2개월 처분됐다가, 동일 사건의 형사재판에서 승소하면서 처분을 철회받았다. 태영건설은 김포 주택공사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2020년 처분된 3개월 영업정지에서 가처분 신청과 대표자 교육 이수를 거쳐 15일 감경을 받아냈다.
이처럼 영업정지 처분이 최초 공고대로 집행되는 사례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행정처분의 유명무실을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국회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부조리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5명 이상 사망사고를 낸 업체는 반드시 등록말소 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도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는 영업정지만 가능하도록 처분 수위를 높이는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2022년 발의된 이들 법안은 여전히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