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이스라엘인 4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서안지구에서 민간인을 공격한 극단주의 이스라엘인 수십명에 대해 비자 발급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제재 대상에 오른 사람은 미국 입국 금지는 물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달래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를 방문했다. 최근 전미자동차협회(UAW)가 자신을 공식 지지한 것에 대한 자축의 의미로 워렌의 공장지대를 찾은 것인데, 이 지역은 아랍계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경합주'로 분류되는 미시간의 경우 북미에서 아랍계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살아, 대략 23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0.3%p 차이로 승리했고,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2.8%p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불과 0.4%p, 0.6%p 차이로 겨우 이겼던 애리조나와 위스콘신에도 아랍계 미국인이 각각 1만명, 7만명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충분히 아랍계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미국이 즉각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천명하자, 아랍계 미국인의 동요가 극심했다.
지난해 11월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미국인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020년 대선 당시 59%에서 17%로 떨어졌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5%에서 5%p 올라 40%를 차지했다.
이날 미시간의 아랍계 미국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UAW 관계자들과 환담하는 동안 백여명이 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건물밖에 집결했다가 진압경찰의 해산 작전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두 가지의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후 '2국가 해법'을 놓고 미국과 파열음을 내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의 뜻과 함께 미국 내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일종의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UAW 건물 앞에 모인 시위대들은 대통령이 미시간을 방문했지만, 정작 아랍계 주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을 피했다며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이달 중에 다시 미시간을 찾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아랍계 주민대표들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