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에서 올 시즌 젊은 공격수들의 활약이 매섭다. 99년생으로 이른바 '99즈'로 불리는 영건들이 국제 대회 부진으로 다소 침체됐던 분위기에 다시 활력을 넣으며 소속팀의 봄 배구 경쟁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전력은 1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 대 1(25-23 25-22 15-25 25-22)로 눌렀다. 최근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토종 주포 임성진(25·195cm)이 펄펄 날았다. 임성진은 18점을 터뜨리며 22점을 올린 외인 거포 타이스와 승리를 이끌었다. 타이스의 공격 성공률이 47.83%였지만 임성진은 65.38%를 찍을 정도로 효율이 좋았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세트 활약이 돋보였다. 임성진은 2세트 상대 주포 비예나의 블로킹에 3번이나 막혔음에도 굴하지 않고 4세트 성공률 100%의 공격으로 알토란 5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매조졌다.
올 시즌 임성진은 득점 10위를 달린다. 25경기 309점으로 1~6위까지 차지하고 있는 외인들을 빼고 국내 선수 중에는 4위다. 경기 평균 12점이 넘는 득점력으로 타이스(526점)와 쌍포를 이룬다. 공격 종합(성공률)도 50.35%로 전체 10위다.
임성진의 활약에 한국전력은 승점 40 고지(14승 11패)를 밟으며 OK금융그룹(승점 39·14승 10패)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3위 삼성화재(승점 40·15승 10패)와도 승점이 같아져 봄 배구 희망을 키우고 있다.
전날은 우리카드 토종 에이스 김지한(25·194cm)의 손끝이 뜨거웠다.
김지한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홈 경기에서 팀 최다 27점을 몰아치며 3 대 1(25-27 25-22 25-22 25-14)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5연패를 끊은 귀중한 활약이었다.
특히 김지한의 이날 공격 성공률은 70.97%나 될 만큼 거침이 없었다. 외인 주포 마테이가 23점에 공격 성공률이 50%를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은 김지한의 팀의 해결사 노릇을 해냈다.
김지한은 올 시즌 25경 381점을 올려 전체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만 따지면 대한항공 임동혁(25·200cm)의 394점에 이어 2위다. 임동혁이 외국인 선수의 부상 등으로 팀의 주포 역할을 하기에 공격 비중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점을 감안하면 김지한의 활약도 못지 않다.
공격 종합에서도 김지한은 전체 6위(52.93%)로 순도도 높다. 타이스(52.46%), 삼성화재 요스바니(51.96%), 마테이(51.40%) 등 외인보다 높다.
김지한의 상승세 속에 우리카드는 1위를 지키고 있다. 승점 47(16승 9패)로 2위 대한항공(승점 44·14승 11패)에 앞서 있다.
임동혁은 김지한, 임성진을 뛰어 넘는 활약을 펼친다. 공격 종합 전체 1위(55.85%)를 달리고, 득점도 전체 6위, 국내 1위다. 링컨의 부상 속에 임동혁은 사실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들보다 1살 많은 현대캐피탈 허수봉(26·198cm)도 공격 종합 2위(54.40%)에 올라 있다. 득점에서도 전체 9위, 국내 선수 중 4위(355점)를 달린다. 허수봉은 시즌 전 포지션 변화에 차츰 적응하고 팀의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외인들이 득세하는 프로배구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토종 선수들. 과연 어느 팀이 이들의 활약에 봄 배구에서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