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은 지난 20여 년간 형식과 매체를 넘나들며 사회, 문화, 정치 예술 등에서 나타나는 서구의 근대성,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비서구권의 저항 간에 발생하는 애매모호한 인식의 질서를 비판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뒤엉킴'이다. 작가는 부지불식 간에 팽배한 이분법적 사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방안으로 '뒤엉킴'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다양한 재료·형태로 뒤엉킨 감각을 표현한 작품을 전시했다.
K2 1층에 전시된 조각들은 친숙한 듯한데 찬찬히 뜯어보면 어딘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은 조커가 고양이 털옷을 입은 것인지, 고양이가 조커의 탈을 쓴 것인지 분간이 안 되고 하이힐 높이로 제작된 슬리퍼는 그 존재의 가치와 목적성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돌멩이를 든 손과 바닥에 놓인 카펫 조각은 조각의 물질성을 해체한다. 무거워야 하는 돌멩이는 레진을 사용해 가볍게, 가벼워야 하는 카펫은 브론즈를 활용해 아주 무겁게 제작했다.
이처럼 실재와 허구, 정상과 비정상, 옳고 그름 등 대립적인 요소가 뒤엉킨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것을 전복하고 낯선 감각과 색다른 사유를 선사한다.
회화 작품이 걸린 K2 2층에는 공공장소에서 흔히 들리는 음악에서 착안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작가는 "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이 지하 쇼핑몰이나 한적한 지하쳘 역과 별다를 바 없기를 바란다"며 "미술이 특수하거나 특별하다고 느끼는 감상자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의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해 기존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미술의 궁극적 역할"이라고 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