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간 차익을 노리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으던 기업이 돌연 잠적해 투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최소 수백억 원대라는 추정까지 나오는 가운데, 급기야 투자 피해자 사이에서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갈등을 빚다 흉기까지 들고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흉기를 들고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A(62)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거래소마다 다른 암호화폐 가격의 차익을 노리는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한 기업에 약 2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이 기업이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폐쇄하는 등 사실상 잠적하면서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화가 난 A씨는 자신에게 문제의 기업을 홍보했던 센터장 B씨를 찾아가 '투자금을 회수하라.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다, 자리를 떠나려는 B씨를 가로막고 주방용 가위로 위협했다.
정작 B씨는 자신도 투자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짜 주동자는 이 기업 아시아 담당자라고 소개했던 사람"이라며 "나도 투자 피해를 보고 그 사람을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가 투자한 기업은 '크립토 아비트라지 아울'(CAO). 이 기업은 현재 투자자들의 돈으로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막다가 투자금을 챙겨 달아나는 '폰지 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019년 설립된 싱가포르 기업으로 알려진 CAO는 암호화폐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노려 자동으로 거래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CAO 측은 피해자들에게 해당 플랫폼에 투자금을 넣으면 24~72시간 뒤에 2~10%의 수익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CAO는 최근 투자설명회까지 열면서 투자자를 더욱 끌어모았다. CAO가 지난 달 24일 서울, 25일 부산, 29일에는 경기 수원에서 진행한 투자설명회에만 각각 수백여 명씩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나아가 CAO는 다른 투자자를 데려온 기존 투자자에게 추가 수수료를 제공하는 '다단계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AO는 사업 초기에는 실제로 원금과 수익을 제공하면서 신뢰를 쌓았지만, 투자자가 많이 모이자 투자금을 가로채 잠적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CAO는 지난달 30일 오전 2시쯤부터 투자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사실상 운영을 중단했다. 현재 CAO 인터넷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하고, 고객센터 등에서 전화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던 텔레그램 대화방도 없어졌다.
CAO에 약 5천만 원을 투자했다 피해를 봤다는 C씨는 "투자설명회에서 '지난해 7~8월부터 투자를 시작해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나와 홍보를 했다"며 "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저를 믿고 따라오시면 여러분들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4일까지는 출금이 정상적으로 됐다. 그러더니 25일부터 갑자기 출금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전날(29)일에는 '2~3일 안에 전체 금액을 출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날 새벽에 (홈페이지가)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투자 피해자 D씨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점점 사람들이 몰리길래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전재산 3500만 원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현재 투자 피해자 900여 명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여 경찰에 고소하는 등 대책을 논의 중이다. 다만 CAO 운영진이 잠적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피해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파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