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청소년들의 '스포츠 축제'인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이하 강원 2024)가 14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대회의 성공적인 운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 속에 1일 폐막한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데 이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면서 청소년올림픽의 새 역사를 썼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6년 만에 열린 강원 2024의 성공개최를 통해 강원도가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중심지로 부상했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K-컬처를 전 세계에 확산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폐회식 주제는 'Shine again'(다시 빛나자)
지난달 19일 성대한 막을 올렸던 강원 2024는 1일 오후 8시 강릉하키센터 보조경기장 앞 광장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종료한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8개국에서 약 1,8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차세대 동계스포츠 스타를 꿈꾸며 새로운 '성장 드라마'를 써내려갔다.개막식 주제가 '우리 함께 빛나자'(Let us Shine)였다면 폐회식은 '다시 빛나자'(Shine again)다. 전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 참가자들이 대회 기간 발견한 '자신 안의 빛'을 다시 빛내자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으로, 모두의 마음 속에 반짝이는 밝은 빛을 안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됐음을 알리는 내용으로 펼쳐진다.
폐회식은 이날 오후 7시 30분 DJ인 K헤르츠가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30초 카운트다운을 세면서 오후 8시 정각 강원 2024 대회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작으로 개최국기 입장 및 게양, 참가국기 퍼레이드 순으로 공식행사를 진행한다. 이후 청소년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우정을 나누고 K-컬처를 만끽하는 생생한 모습을 담은 해시태그 영상을 상영한 뒤, 래퍼 이영지와 원밀리언 댄스팀이 축하공연을 펼친다.
이어 대륙별·종목별 선수대표 6명이 성별·연령을 고려한 자원봉사자 대표 6명(여3명, 남3명)에게 그간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전달하고, 올림픽기 하기(下旗)와 올림픽 찬가, 조직위 대표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의 인사말이 진행된다.
폐회식 마지막 순서는 성화 소화(消火) 퍼포먼스다. 디지털 성화대 주변의 뭉초가 성화를 향해 눈가루를 뿌리면 영상 속에서 눈이 내리면서 디지털 성화대의 성화는 천천히 꺼지고, 강원 2024의 14일간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악천후'에 '감염병'까지 초반 차질 우려
이번 올림픽은 대회 개최 직전부터 감염병과 악천후 날씨 등 우려의 연속이었다. 대회 개최 5일을 앞둔 지난달 14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식당을 이용한 경기 심판들이 노로 바이러스 증세를 보여 비상이 걸렸다.조직위와 식약처 등 관계당국은 자원봉사자 등 대회 관계자들 중 유사 증상을 보인 이들을 상대로 검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조직위는 확진자들을 귀가 조치 시키고 경기 개최 시설인 강릉과 평창, 정선 등에 지역별 현장 대응팀 35명을 파견해 긴급 조치에 나섰다.
앞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후 약 300명에 달하는 노로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던 만큼 긴장의 끊을 놓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전파는 없었다.
대회 초반 영하 20도 안팎의 기록적 한파에 폭설까지 쏟아지면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 모두 최악의 상황에서 대회를 치러야만 했다.
빙상 경기장이 위치한 강릉의 경우 실내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만큼 관람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던 반면 외부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설상 경기장이 위치한 평창의 경우 매서운 추위와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관람객들과 경기 운영 인력 모두 곤혹을 치렀다.
지난 20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개최 예정됐던 남·여 노멀힐 개인전은 기상 악화로 일정이 연기됐다. 같은 날 강릉페스티벌 야외 아이스링크에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선수의 '아이스 원포인트 레슨'이 예정됐었으나 갑작스런 비로 취소되기도 했다.
방한 대책이 부실했다는 일부 지적도 나오면서 조직위는 대회 운영 인력 약 5000명에게 방한 유니폼을 지급하고 설상 경기장 등 야외 근무자에게 방한화를 지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람객들을 대상으로는 셔틀버스 정류장 내 난방텐트와 경기장 내 난방 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재난 대응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제설장비 693대와 인력 5620명, 제설제 4200t을 투입하는 등 폭설과 한파로 인한 신속 대응이 대회 운영에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람객 50만 명 역대급 '흥행몰이'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강원 2024는 당초 예상했던 관람객 25만 명의 두 배가 뛰어넘는 50만 여명이 방문해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됐다.강원 2024 조직위는 1일 일일 브리핑을 열고 "오늘 기준 추산 이번 대회 경기 관중은 27만 명, 페스티벌사이트와 문화예술 공연 등 문화 행사에는 23만 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며 "참여 관중은 약 50만 명으로 당초 목표했던 관중 목표를 크게 넘어서는 결과"라고 자평했다.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열린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는 하루 평균 1만 2000여 명이 관람객을 찾았으며 비인기 종목이었던 아이스하키와 컬링도 구름 인파가 몰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6년 전 치러진 2018평창동계올림픽 레거시(유산)를 기반으로 기존 시설을 100%로 활용해 예산을 대폭 절감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조직위 예산은 약 967억 원으로 시설과 인프라를 제외한 평창올림픽 예산(2조 7890억 원) 대비 3.5%의 적은 예산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
78개 국 18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81개 메달을 두고 경합한 이번 대회는 케냐와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뿐 아니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44명의 선수가 출전하면서 우정과 화합을 다졌다.
다양한 체험·전시·공연 '문화올림픽' 승화
'문화올림픽'으로 추진된 이번 대회 경기장 안팎에서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열려 풍성함을 더했다.경기 시설이 위치한 강릉, 평창, 횡성, 정선 경기장 주변은 'Let's Play Winter'이라는 페스티벌 사이트를 운영하고 아이르 링크 슬라이딩 체험, 전통 음식, 전통 놀이 체험 등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대표 공연단이 선보이는 7개 공연과 2건의 전시, 강릉과 평창에서 K-pop 콘서트가 열렸다. 국림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 오페라단, 국립 발레단, 국립 합창단 등 국립 예술단체 공연 문화예술 프로그램에는 52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선수촌에서도 선수대상 선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YOG라운지를 운영하며 한복체험, K-POP커버댄스 배우기 등을 통해 선수들이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스포츠 이벤트와 문화체험이 결합된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면서 대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한편 K-컬처를 전 세계에 확산했다.
자원봉사자들 '헌신'에 IOC 등 극찬
무엇보다 이번 대회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자원봉사자 '샤인 크루(Shine Crew)'의 활약은 국내 뿐 아니라 외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에서 따온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 슬로건을 바탕으로 '빛나는 일원'을 지칭한 크루원들은 최종 2030명이 선발돼 1800여 명이 대회 마무리까지 수송, 숙박, 대회장 경기 안내, 통역, 문화 행사 등 대회 전반에서 활약했다.
6년 전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자원봉사자와 관련해 차량 배차 문제, 부실한 식사, 숙소 온수 문제 등으로 보이콧 사태까지 일었던 만큼 대회 조직위원회도 자원봉사자들의 소통을 지원할 전담팀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호평을 얻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진심으로 자원봉사자 '샤인 크루'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멋진 성과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이들의 열정이 대회 성공에 크게 기여했고 열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눈부신 '성장 드라마' 차세대 스타들의 등장
눈부신 '성장 드라마'를 써내려간 대한민국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은 어느 때 보다 큰 감동을 선사했다.대회 마지막 날 스노보드와 피겨 단체에서 금메달 획득하면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를 수확하면서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종합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향후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를 이끌어 갈 차세대 스포츠 스타들이 줄줄이 값진 메달을 얻고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 갔다.
차준환 선수를 롤모델로 피겨 선수의 꿈을 키워 온 김현겸(한광고) 선수는 지난달 2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역대 청소년 올림픽에서 피겨 종목 금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이윤승(송곡고) 선수는 지난달 27일 정선 하이원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듀얼모글 경기에서 허프 포터(미국)를 18대 17로 이기고 한국에 값진 금메달을 안겼다. 프리스타일 스키 역대 최초 금메달이다.
2018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썰매 종목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소재환(상지대관령고)은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1인승) 경기에서 1분 48초 6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겸은 지난 달 2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고, '피겨 여왕' 김연아의 뒤를 이을 신지아(영동중)는 30일 여자 싱글 프레스케이팅 경기에서 일본의 시마다 마오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랭킹 포인트 13점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프리에서는 김현겸이 1위에 올라 2관왕이 됐고, 여자 프리에서는 신지아가 137.48점을 받아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1위에 올랐다. 아이스댄스 김지니-이나무조도 3위(82.15점)에 올라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평창올림픽 유산, '눈 없는 나라' 선수들의 도전
평창올림픽 유산을 통해 눈이 없는 나라에서 온 청소년 선수들의 값진 메달 소식도 올림픽 레거시를 이어갔다.2018평창기념재단의 후원으로 썰매를 시작한 튀니지 국적 조나단 로리미(Jonathan lourimi)는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 경기에서 소재환에 이어 2위에 오르면서 역사적인 첫 메달을 고국에 안겼다.
조나단은 "메달 획득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 2022년 여름에 한국에 와서 경험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며 "여러 종목 중 봅슬레이가 제가 너무 재미있어 선수가 됐다"며 "튀니지 뿐만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모두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더 성장해 성인 올림픽에서도 챔피언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 없는 나라 '태국'에서 온 앤 켐펄(Agnese Campeol) 선수 역시 지난달 22일 열린 여자 모노봅(1인승)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성인·청소년 최초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앤 켐펄은 "태국의 첫 동계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역사를 쓰게 돼 기쁘다. 평창기념재단에서 많이 도와줘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밖에도 동계스포츠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 선수 육성사업 출신으로 대만과 몽골, 싱가폴, 브라질, 콜롬비아, 자메이카, 케냐 등 9개국 25명의 선수가 출전해 각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선수들과 열띤 경합을 펼쳤다.
6년 전 올림픽 경험 토대로 대회 이끈 '주역들'
대회 초반 기상 악화로 일부 차질도 빚어졌지만 2018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 대회를 한 차례 치렀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폭설과 한파의 극한 상황 속에서 강원지역 공무원 400여 명은 올림픽 중점관리도로에 대한 24시간 신속 대응과 밤샘 제설 작업을 통해 경기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개최 도시가 아닌 시·군 지역에서도 '시·군의 날'을 정해 지역별 홍보관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의 방문을 적극 홍보해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새만금 사태로 인한 우려가 커졌던 만큼 '안전 개최'를 목표로 경기장 곳곳에서 활약한 경찰과 소방의 활약도 빛났다.
강원경찰청은 대회 시작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부터 강릉 종합운동장 내 경찰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일 1천 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대회 안전과 교통 관리에 나섰다. 이들은 수 만 명의 관람객들과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는 만큼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안전을 목표로 24시간 구슬땀을 흘렸다. 통역과 안전, 홍보까지 1인 3역의 맹활약을 하고 있는 통역 담당 경찰관들의 역할도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강원소방은 대회 전부터 소방력 운영과 화재 발생 시 진압 대책, 폭설 등 자연재해 및 대형 교통사고에 따른 구조대책, 다수 사상자 발생 대비 이송 등 각 종 사고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경기장 내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인력 180명과 소방차 45대를 계·폐회식장 등 주요 장소에 전진 배치했다. 이번 대회 기간 강릉 빙상경기장에서 선수 3명을 포함한 응급환자 17명이 발생했으나 큰 부상은 없었다.
아시아 동계스포츠 중심지 우뚝…내외신 '호평'
이번 강원 2024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치러졌지만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의 안전과 대회 운영에 있어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 올림픽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르며 '문화올림픽' 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축제로 치러졌다.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6년 만에 열린 이번 청소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통해 강원은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한편 다향한 K-컬처를 전 세계에 확산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에서도 동계 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까지 모든 올림픽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해외언론도 이번 대회에 대해 호평을 하고 있다. 여러 외신이 경기 결과와 운영 뿐만아니라 디지털 성화 메타버스와 같은 한국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회 운영에 주목하는 내용의 보도를 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모두의 관심 속에서 이번 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강원도와 2018 평창기념재단, 조직위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특히 2018평창올림픽 레거시를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회에 참여한 선수단들이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며 "아마 이 선수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딤돌이 돼 미래 올림픽 대회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