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논란을 빚었던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위한 고시가 위법해 무효라는 1심 판단이 나왔다. 그간 반대해온 주민들은 "생태계 파괴하는 증설 공사를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제주시 월정리 해녀회와 '월정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1일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 생활환경권과 국가와 세계 유산의 공익적 가치를 존중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이들은 "하수처리장 인근에 해녀들의 어장과 용천동굴 보존지역이 있다. 분뇨와 오·폐수로 국가유산 보존지역과 해녀들의 생계 터전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세계 으뜸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인근에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 2배, 4배 증설하는 것은 세계유산에 대한 만행과 같다. 세계유산의 공익적인 가치 보존에 즉각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당장 공사 중단을 고민하고 있지 않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1심 판결로 공사 중단을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 부장판사)는 월정리 주민 등 6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하수도설치 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2017년 제주도가 올해까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하루 하수처리 용량을 1만2천t에서 2만4천t으로 늘리는 내용의 공공하수도설치 변경 고시를 하며 불거졌다.
제주도는 해당 하수처리장이 포화 상태여서 증설이 시급하다며 증설사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을 주민과 해녀들이 증설사업 관련 고시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제주도가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서에 하수처리장 인근 용천동굴이 아닌 600m 떨어진 동굴만 적었고, 환경오염 유발에도 건축물 개축 행위로만 허가를 신청했다며 문제 삼았다.
도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맞섰지만, 재판부는 1년여 심리 끝에 원고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대상 부지는 국토계획법상 계획관리지역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며 증설 고시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1997년 영산강환경관리청과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완료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때는 기존 처리용량 2배로 늘리는 내용까지 논의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는 주민 반대로 6년간 중단됐다가 지난해 6월 제주도가 방류수 모니터링, 삼양·화북지역 하수 이송 금지, 추가 증설 없음 등을 약속하며 공사가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