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하늘길' 놓고 충돌…양안관계 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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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 민간항공기의 대만해협 중간선 근접 비행을 선언하며 중간선 무력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중국이 기선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대만 당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대만해협 중간선 근접 항로 사용 일방 발표

중국 민용항공국은 1일부터 현재 자국 민간항공기사 사용하고 있는 양안(중국과 대만) 절충 항로를 폐쇄하고 M503 항로를 원안대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연결 항로인 W122와 W123 항로도 활성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측은 다가오는 춘절 연휴 기간 동안 국제선 및 양안 횡단 항공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 노선 조정을 결정했다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M503 항로는 대만해협 중간선에서 불과 7.8㎞ 밖에 떨어지지 않은 남북 연결 항로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5년 이 항로와 이를 동서로 연결하는 W121·W122·W123 항로 사용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 총통 집권 시기로 대만 정부의 항의가 거세지자 양측은 협상을 벌였고, 중국이 M503 항로에서 서쪽으로 11㎞ 떨어진 절충 항로를 쓰고 연결 항로는 사용하지 않기로 하며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자 중국은 기존 협상을 취소하고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한 M503 항로를 사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따라서 이번 조치가 대만해협 중간선의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지난 1955년 미국 측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으로 중국은 중간선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대만 반발에도 모르쇠…라이칭더 문제해결 능력 시험대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연합뉴스

이에 대만 측은 중국 민간항공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 하게 되면서 비행 안전에 어려움
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유사시 이 항로가 군용기 항로로 이용될 수 있어 안보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왕궈차이 대만 교통부장은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민간 항공기는 물론 군용 항공기의 충돌 사고도 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은 "중국의 영공 침범 행위는 대만해협과 주변 지역의 안보와 안전을 해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지난 2018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이 중국의 M503 항로 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는 점에서 대만 측의 반발이 국제사회의 공감을 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만 민항국은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중국 당국은 협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대만해협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만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오는 5월 라이칭더의 총통 취임에 앞서 대만 당국의 허를 찌르며 기선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대만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대규모 무력시위나 직접적인 경제제재 없이도 대만 정부에 대해 안보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기다 지난 2015년 중국이 M503 항로 사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당시 국민당 정부는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새로 들어설 라이칭더 정부는 양안 관계 문제 해결 능력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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