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시안컵 16강은 사실상 원정이었다. 중동에서 열리는 만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은 사우디아라비아 관중들로 가득 찼다.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마저 야유가 나오는 등 일방적인 응원이었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한국이었다.
선수들도 이를 악 물고 뛰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점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미트윌란)의 동점골이 터졌다. 연장까지의 몰아치기는 승리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활짝 웃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리더십이 빛났다.
손흥민은 경기 전 선수들을 다독였다. 조별리그에서의 예상치 못한 부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자칫 선수들이 굳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캡틴'의 한 마디는 힘이 됐다.
대한축구협회 인사이드 캠이 공개한 경기 전 라커룸 영상을 보면 손흥민은 "쟤네 4만 명? 5만 명? 오라고 해"라면서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운동장 안이니까, 가서 그냥 부수자고"라고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승부차기에 앞서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설영우(울산 HD)는 "승부차기를 할 때 흥민이 형이 대표로 우리에게 '절대 못 넣어도 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절대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를 마친 뒤 "선수들을 흔들리 말았으면 좋겠다. 보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강 후 훈련에 앞서서도 "서포트를 받아야 나아갈 수 있다. 16강이 좋은 예시였다. 많은 분들을 웃게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