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조 '역대최대' 세수펑크…연이은 감세 드라이브 괜찮나

연합뉴스

지난해 국가 예산과 비교해 덜 걷힌 세금이 무려 56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각종 감세 정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민간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재정 상황에는 맞지 않는 행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세수펑크 '역대 최대' 56.4조…경기침체로 법인세 23.2조, 양도세 14.7조 감소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3년 연간 국세수입 실적(잠정)에 의하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천억원이다.
 
지난해 국세수입 예산은 400조5천억원이었다. 무려 56조4천억원이나 덜 걷혔고, 1년 전인 2022년 실적 395조9천억원 대비로도 51조9천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이같은 세수 펑크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른바 3대 세목으로 불리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중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법인세액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진 탓에 법인세 감소규모는 23조2천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 급랭으로 인해 거래량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양도소득세도 1년 전보다 14조7천억원이나 감소했고, 부가가치세도 수입 감소 등으로 인해 7조9천억원이 줄어들었다.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에 따른 종합부동산세는 2조2천억원, 수입 감소 등으로 인해 관세는 3조원, 유류세 한시 인하 등으로 인해 교통세는 3천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역대급 세수펑크 원인은 예상보다 컸던 경기침체…기업 이익, 부동산 거래량 모두 급감


스마트이미지 제공

세수 펑크 규모가 역대급으로 늘어난 주된 원인은 경기 침체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데 있다.
 
2022년 1~3분기 152조6891억원을 기록한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에는 94조6982억원으로 1년 새 37.98%나 감소했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의 토지매매와 주택매매 거래량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2.4%와 7.1% 줄어들었다.
 
기재부도 세수 펑크 이유에 대해 "2022년 말부터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며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침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좋지 못한 경기 상황에도 이어지는 '감세 드라이브'…"경기 부진 때는 감세정책 효과 없어"


박종민 기자

문제는 이처럼 국내외 경기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음에도 감세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이날 금융투자소득세의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 기업 투자 세액 공제 확대 등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안으로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7일 금융분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들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2주만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분담금 제도 원점 재검토에 이어 이번 투자 관련 세제까지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업승계를 막는 과도한 상속·증여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데 따라 관련 세제 전반에 대한 검토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50조원이 넘는 규모의 세수 펑크가 현실화됐음에도 감세정책을 이어가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함께 정부가 2022년 최고세율 인하 등 법인세제를 개편한 일이 맞물리면서 최악의 세입감소 상황을 겪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감세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부진한 시기에는 커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감세를 통해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책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폭탄 돌리기식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같은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내수 진작을 통한 투자 의욕 활성화가 필요한데, 결국 정부가 재정을 통해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 최진규 조세분석과장은 연이은 감세 정책이 "올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일부 영향을 주지만 미미할 것"이라며 "경제전망이나 내년 예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기재정계획을 대비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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