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셀프 면죄부'?…대검 '혐의없음' 처분 논란 불가피

법원 "고발장 텔레그램 손준성이 보낸 것" 인정
대검 '성급한' 결론 6개월 뒤 손, 검사장 승진 발령
부실 감찰·'제 식구 감싸기' 논란 불가피
공수처, 수사력 미진 딛고 직접 기소 사건 '첫 유죄'

현직 검사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종용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혐의없음'으로 종결한 대검찰청 처분을 놓고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른바 '셀프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고발 사주는 현직 검사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대검은 지난해 3월 손 검사에 대해 감찰을 벌인 끝에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식구 감싸기이고, 네 편 유죄, 내 편 무죄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손 검사는 그해 9월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전날 손 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의혹의 핵심 증거인 '고발장이 첨부된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법원은 "손 검사가 보낸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메시지를 '손 검사가 직접'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보냈다는 사실도 법원은 인정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 윤창원 기자

법원의 이번 판단은 대검이 지난해 3월 결론 낸 손 검사 의혹 관련 감찰위원회 결과와 배치된다.

당시 대검은 손 검사에 대한 감찰 결과 '비위 혐의가 없다'고 종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검이 서둘러 결론을 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검사징계법상 3년인 징계 시효 때문이란 설명으로 응수했다.

대검의 '성급한' 감찰 결론이 나온 지 6개월 만인 그해 9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당시 서울고검 송무부장이던 손 검사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검사장 승진한 것을 두고도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고발장 '전달자'인 손 검사가 사주를 지시한 '윗선'을 끝내 함구한 점을 야권에선 '공적'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대검은 손 검사에 대해 '봐주기'식 부실 감찰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검이 이제 와서 재감찰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검에 따르면 '3년의 징계시효'가 기소 시점(2022년 9월) 중단됐다는 감찰위 내부 소수 의견도 있긴 하지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손 검사장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공무원법 33조에 따라 직을 상실한다. 아울러 국회에선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손 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 심판도 예정돼 있다. 이에 손 검사는 직무 정지 상태다.  

고발 사주 사건은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3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손 검사가 같은 검사 출신인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등 범민주 인사를 포함한 11명의 이름이 담긴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 텔레그램에 남아 있었다는 '손준성' 계정 캡처. 조씨 제공

전달된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는 당시 미래통합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3인을 상대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이었다.

이 같은 의혹은 이듬해 9월 '뉴스버스' 보도로 알려져 대선판을 뒤흔들었고,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가 윤 대통령과 손 검사 등을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는 수사 8개월 만인 2022년 5월 손 검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어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손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3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 징역 2년을 각 구형했다. 이 중 법원은 실제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대검 대변인)은 불기소 처분했다. 김웅 의원에 대해서는 공모관계가 인정됐지만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니라 검찰에 이첩했고, 그해 9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당시 이희동 부장검사)는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공수처가 2021년 2월 출범 이후 직접 기소 사건 중 처음으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사건이다. 법관과 검찰, 고위 경찰 등에 대해서만 직접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가 재판에 넘긴 사건 3건의 피고인은 모두 전현직 검사다. 첫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은 2022년 9월 1심에 이어 지난 10일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고,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뒤 위조한 윤모 전 검사의 공문서위조 혐의도 지난해 9월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손 검사 사건은 특히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청구한 두 번의 구속영장이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돼 부실 수사력 논란이 이어졌다. 수뇌부 공백 사태를 맞은 공수처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남은 사건 수사에 속도를 올릴지도 관심사다.

한편 공수처는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손 검사가 항소 뜻을 밝힌 만큼 2심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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