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KBS 임명동의제 원상 복구를 촉구하기 위해 KBS본부, MBC본부, SBS본부, YTN지부, EBS지부 등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각 지·본부가 함께 자리했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KBS본부는 임명동의 파행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월요일부터 점심시간마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임명동의제 파행이 KBS만의 문제가 아닌 공영방송, 나아가 언론 자유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수십 년간 군부독재와 그에 준하는 방송 독립이 무너졌던 시기, 그 아픔들을 견디면서 퇴행과 후퇴를 막아내기 위해서 우리 방송계, 언론계의 이런 최소한의 방파제는 있어야겠다라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된 제도가 바로 임명동의제"라며 "권력의 그늘 아래서 국민의 품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했던 우리의 역사가 박민 체제 아래서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의 이 난장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망가뜨리려는 단체협약을 더 강화하고, 나아가 임명동의제 자체가 노사간에 논란이 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로 만들어내는 것뿐"이라며 "박민 사장과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과 국민의 목소리를 공론장에서 지우지 못하도록 언론노조는 이번 총선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제도 법제화를 위해서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상현 KBS본부 지역부본부장은 "KBS 50년의 역사가 무너지는 데는 박민 취임 이후 50일이면 충분했다"며 "정권의 방송 장악에 부역하는 내부 조력자들을 걸러내고, 그들이 주요 결정권자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임명동의제이다. 임명이 강행된 국장들이 과연 공정방송에 의지가 있는 인물들인지 구성원들의 총의를 묻기 위해서 조합 자체적으로 임명동의를 반드시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찬 MBC본부장은 "공영방송 사장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딱 하나 유일하게 최소한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임명동의제"라며 "최소한의 견제 장치마저 사라진다면 사장 한 사람, 정권에서 내리 꽂으면 공영방송이 정권의 사유물, 사장의 사유물로 전락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형택 SBS본부장 역시 "3년 전 SBS에서도 임명동의제를 축소하자는 사측의 요구가 있었는데, 낙하산 박민은 임명동의제를 아예 없애자고 한다. 정말 퇴행만을 반복하는 이 정권을 보면 참담함마저 든다"라고 꼬집었다.
KBS는 지난 26일 임명동의제 이행 없이 보도국장 등 5개 주요 국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이후 KBS본부는 임명동의제 파행 규탄을 위한 피켓팅 시위를 매일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KBS본부는 법원에 임명동의제 관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법원은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현재 해당 직위 등의 임명이 예정돼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본안소송 이전에 시급하게 동의 없는 임명동의 금지를 구할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KBS 사측은 이를 임명동의제 없는 임명의 근거로 삼았지만 KBS본부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사측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법원 판단을 편의대로 해석하고 있다. 임명동의제가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은 법원 결정문 어디에도 없으며 임명동의 효력 다툼은 여전하고, 사측이 임명을 강행할 조짐이 없어 가처분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