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겼다.
극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압둘라 하지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조규성의 천금 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앞서 조별리그 3경기에 무득점으로 침묵한 조규성의 이번 대회 첫 골이었다. 한국은 마침내 침묵을 깬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경기는 연장전 뒤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이때 수문장 조현우의 진가가 발휘됐다.
승부차기는 사우디의 선축으로 시작했다. 한국과 사우디는 1, 2번 키커까지 나란히 득점에 성공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3, 4번 키커가 조현우의 선방에 고개를 숙였다. 반면 한국은 3번 조규성, 4번 황희찬(울버햄프턴)까지 모두 골을 넣어 승리했다.
조현우는 김승규(알샤밥)가 바레인과 1차전을 마치고 십자인대 부상을 입어 요르단과 2차전부터 골문을 지켰다. 말레이시아와 3차전까지 2경기 5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16강전에서는 눈부신 선방으로 팀을 구했다. 앞서 동점골을 터뜨린 조규성과 함께 8강 진출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주전 골키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조현우는 "골키퍼는 경기에 나가면 당연히 실점하지 않을 생각으로 뛴다"면서 "먼저 실점했지만 90분 내내 믿음이 있었고, 덕분에 승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조규성은 마침내 침묵을 깼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그는 "솔직히 좋다기보다는 여태까지의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마냥 좋아하지 못했던 것 같고, '이제 한 골 들어갔네'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더 많은 찬스가 있었지만, 놓쳤다는 아쉬움도 컸다. 조규성은 "이겨서 기분은 당연히 좋다"면서도 "찬스를 더 살릴 수 있었고,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8강에 오른 한국은 2월 3일 호주와 격돌한다. 지난 29일 16강전을 마친 호주는 나흘 휴식 후 경기에 나서지만, 한국은 이틀밖에 쉬지 못해 체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조현우는 "물론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남은 시간 동안 회복을 해서 경기에 임할 것"이라면서 "축구는 멘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는 잊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규성은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복을 잘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이 큰 호주 수비와 맞대결에 대해서는 "중앙 수비수가 키가 크더라. 그런데 덴마크에도 키가 큰 수비수가 많다"면서 "열심히 부딪혀 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