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여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120분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펼쳤지만, 쉴 시간은 고작 이틀에 불과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했다. 연장까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대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2월3일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8강을 치른다.
선제 실점 후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미트윌란)의 동점골.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나온 조현우(울산 HD)의 선방쇼까지. 극적인 8강 진출이었다.
문제는 체력이다.
호주와 8강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이틀이다. 반면 호주는 28일 인도네시아와 16강(4대0 승) 이후 나흘이나 준비 기간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주축 선수들의 휴식이 없었다. 요르단과 2차전을 2대2 무승부로 끝내면서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못했다. 결국 말레이시아와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까지 주축 선수들이 쉬지 못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16강에서도 연장 포함 풀타임을 소화했다. 설영우(울산)도 16강까지 교체 없이 좌우를 오가며 뛰었다.
E조 1위를 놓친 것이 아쉽기만 하다. E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면 16강과 8강을 하루씩 늦게 치를 수 있었다. 16강과 8강 사이 휴식은 E조 2위나 E조 1위나 이틀로 같지만, E조 1위였다면 16강에 앞서 하루 더 쉴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많은 휴식을 위해 조 1위가 절실했다. 일본을 피하기 위해 조 2위를 했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런 스케줄도 우리가 감당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준비할 시간은 짧지만 오늘 승리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까지 아시안컵 5개 대회 연속 토너먼트 첫 판에서 연장 승부를 펼쳤다.
앞선 4개 대회 역시 결과는 모두 승리로 끝났지만, 타격은 컸다. 2007년 동남아 대회와 2011년 카타르 대회 다음 단계인 4강에서 탈락했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4강을 넘어 결승까지 갔지만, 준우승했다. 16강 체제가 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도 8강에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