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약 20명의 '소수 정예' 붉은 악마 서포터즈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8강에 진출해 64년 만의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장에는 약 3만 명의 사우디 관중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국 카타르와 같은 중동 국가인 만큼 경기장을 찾기 용이했다.
게다가 압도적인 티켓 점유율까지 보인 탓에 한국 팬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붉은 악마 서포터즈의 한 팬은 "붙어있는 자리가 20석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는 모두 흩어져서 응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초반 사우디가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어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역습을 시도해 빈틈을 노렸다.
사우디 팬들은 한국이 주도권을 잡으면 야유를 쏟아냈다. 반면 사우디가 공격을 시도하면 박수와 환호성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실점했다. 교체 투입된 압둘라 하지 라디프가 기습적으로 쇄도해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이에 사우디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이에 맞서 붉은 악마도 목소리를 냈지만, 사우디의 일방적인 응원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붉은 악마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닿았다.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면서 승부가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조규성이 마침내 침묵을 깬 순간이었다.
두 팀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보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결판을 내야 했다.
승부차기는 사우디의 선축으로 시작했다. 사우디는 3, 4번째 키커가 연달아 실축했다. 하지만 한국은 4명의 키커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이로써 8강 진출은 한국의 몫이 됐다. '소수 정예' 붉은 악마와 함께 일군 값진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