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한국은 모처럼 포백이 아닌 스리백 수비를 가동했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결국 후반 20분 다시 포백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공격이 살아났고,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이후 연장전 접전 끝 승부차기로 향했고, 조현우(울산 HD)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한국의 조별리그는 험난했다. 1승2무(승점 5)를 기록,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는데, 역대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인 6실점을 기록할 만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 전개 과정도 다소 무뎠다. 요르단과 2차전, 말레이시아와 3차전 2경기 연속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 셈이다.
다만 D조 1위 이라크, 2위 일본과 같은 8골로 조별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결정력은 부족했지만 한국의 강점은 여전히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날 사우디를 상대로는 강점인 공격이 아닌 불안한 수비에 치중했다. 조별리그에서 수비가 흔들렸던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리백을 가동했는데, 오히려 공격이 무뎌지는 역효과가 났다.
사우디는 경기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이에 한국은 수비 라인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공격은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3명만 책임져야 했다.
손흥민은 전반 20분경 첫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하지만 패스할 공간이 마땅히 없어 그대로 상대 수비에 차단됐다.
전반 26분에는 상대 수비를 제치고 슈팅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슈팅이 약했던 탓에 그대로 골키퍼의 품으로 들어갔다.
사우디는 전반 40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회심의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는데 크로스바를 2차례 강타했다. 마지막 슈팅마저 간 발의 차로 빗나가 득점을 놓쳤다.
한국이 전반 내내 수비에 집중한 탓에 사우디가 점유율(45-55)을 지배했다. 다만 유효 슈팅은 한국이 2차례로 사우디(0회)보다 많았다.
후반 시작과 한국의 실점이 나왔다. 교체 투입된 압둘라 하지 라디프가 기습적으로 쇄도해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선택한 스리백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후 공격 전개는 비교적 말끔해졌다. 하지만 기세는 이미 사우디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결국 경기는 막바지로 향해갔고, 후반 추가시간은 10분이 주어졌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조규성이 마침내 침묵을 깼다. 추가시간 5분 회심의 헤딩 슛이 크로스바를 맞아 아쉬움을 삼켰으나, 곧바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추가시간 8분 설영우가 이강인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고, 이를 조규성이 다시 헤더로 처리해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조규성의 동점 골에 힘입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한국은 연장전 들어서도 몇 차례 공격 기회를 더 만들었다. 하지만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야 했다.
선축에 나선 사우디는 3, 4번째 키커가 연달아 실축했다. 반면 한국은 모든 키커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이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