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섬세하고 세밀한 근육의 나신을 표현하면서도, 성 문화에 자유로웠던 시대와 다르게 그림이나 석상은 성기를 유독 작게 취급했다. 수많은 미술 사학자들이 격론 끝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작은 성기를 매우 아름답게 여겼다'는 결론을 내린다.
고대 그리스는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에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이성을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봤다. 욕망의 지표였던 성기는 원초적인 욕망만 집착하는 사람은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우리 식탁에도 익숙한 시리얼 음식 콘플레이크가 자위행위를 막기 위해 고안된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1877년 미국 미시간주 베틀크리크 요양원의 한 의사가 환자들의 '은밀한 손장난'을 막기 위해 여러 방책을 고민했다. 당시 종교적으로 자위행위를 죄악시 했던 영향으로 성욕과 식욕은 만악의 근원이자 건강의 적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이 두 욕망을 절제시켜야만 요양원에 모인 미국 최고 부호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본 그는 메뉴 개발에 나선다. 옥수수 등 곡류를 이용한 채식 양생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 시리얼의 일종인 콘플레이크가 탄생한다. 이 의사가 역설적으로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는 콘플레이크의 시작을 알린 존 하비 켈로그 박사다.
자유 사상이 팽배했던 18세기 프랑스는 포르노가 종교와 정치의 권위를 비판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됐다. 절대 왕정 시대 귀족들의 일탈과 비도덕성을 공격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왕과 왕비, 정치인, 성직자 등 권력자의 문란한 성 스캔들을 폭로하는 포르노는 이들의 전제정을 무너뜨리는 수단이 된다.
인간의 성 문화를 역사적으로 짚어가며 현미경을 들이댄 책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은 매춘, 포경, 자위, 포르노, 성기, 키스, 나체, 누드, 불륜, 목욕탕, 동성애 등 성과 관련된 직접적인 주제를 노출하면서도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해 성 담론을 풀어낸다.
우리가 교과서 안에서만 보았던 당대 위대한 왕, 귀족, 예술가들의 사생활, 불륜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영국의 넬슨 제독, 프랑스 역사를 구한 왕의 정부 아네스 소렐에 관한 이야기 등 교과서 밖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성 본능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본다.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