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앞서 한국은 조별리그 E조에서 1승2무 승점 5를 기록, 조 2위에 올랐다. 비록 16강에 진출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참 낮은 팀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107계단 아래인 130위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 졸전 끝 3-3 무승부를 거둬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역대 조별리그 최다인 6실점의 불명예까지 떠안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토너먼트에 오른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부터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지면 탈락하는 시점이 왔다"면서 "매 경기가 결승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강 상대인 사우디는 개최국 카타르와 같은 중동 국가다. 이에 경기장에 많은 관중이 몰려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약 4만 5000석 규모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 약 3만 명의 사우디 관중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의 일방적인 응원전을 경계했다. 그는 "분위기나 여러 가지를 보면 우리가 좀 불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3만 명의 사우디 팬이 경기장에 집결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것도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오현규(셀틱)는 "팬들이 많이 오면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사실 팬들이 없다면 조용해서 경기하는 느낌이 안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팬이든 원정 팬이든 양쪽 모두 많이 와주시면 더 신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사우디는 조별리그 F조에서 2승1무 승점7을 기록,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최근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8월 세계적인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만치니 체제의 사우디와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해 2월 부임 후 6경기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다만 당시에는 만치니 감독이 부임한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사우디는 한층 완성된 팀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일방적인 응원까지 견뎌야 한다. FIFA 랭킹은 한국보다 33계단 아래인 56위지만 더하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16강부터 약 20명의 응원단이 현장에서 응원할 예정이다. 이후 8강, 4강, 결승까지 오르면 점차 늘어나 최대 7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스만호가 '붉은 악마'의 응원에 힘입어 64년 만의 우승 염원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