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을 노린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고 전력을 갖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로 바레인(86위), 요르단(87위), 말레이시아(130위)가 속한 조별리그 E조에서 월등히 높다. 하지만 경기력은 전혀 압도적이지 못했다.
특히 '최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고전했다. 졸전 끝 3-3 무승부를 거둬 뭇매를 맞았다. 1승2무 승점 5를 기록, 결국 목표로 했던 조 1위가 아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 뒤 기자회견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말레이시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실망스럽지만, 우리가 16강에 올라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토너먼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기력한 경기력 탓에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손흥민은 "팬 분들도 온라인 상에서 선 넘는 발언 등을 하시는 것을 지켜보면 안타깝다"면서 "기자 분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7일(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회복 훈련 및 16강전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을 법하지만, 우려와 달리 선수들의 모습을 밝았다.
손흥민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훈련 전 슈팅을 진행했는데, 이때 손흥민이 골키퍼로 나서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분위기까지 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훈련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입장을 공감한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언론과 팬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일단 토너먼트에 진출했다"면서 "결과에 대한 질타는 대회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회 기간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