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플랫폼 업계는 물론 국내 소상공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을 향한 규제가 가해지는 사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가 시장을 장악하며 국내 온라인 생태계를 흔들면, 중소 제조업체들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법은 매출액,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 기준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이들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4가지를 금지하는 것이다.
상기한 4가지 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공정위는 반칙 행위에 대한 조사부터 실제 제재가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랫폼법을 통한 사전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육성권 사무처장은 "현행 체계에서는 조사와 심의를 마치고 시정조치를 할 때가 되면 이미 시장이 독과점화 돼있다"며 "시장 경쟁 질서 회복이 거의 어렵게 돼 소비자는 엄청난 피해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채 조속히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강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긴장감과 부담감이 흐르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어떤 잣대로 판단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선정이 돼 사전 규제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든 걸릴 수 있겠다는 우려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주저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법 추진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플랫폼법 때문에 소비자 후생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령 멤버십 회원에게 자사 서비스에 대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이것도 일종의 끼워팔기로 비춰질 수 있는데, 사전 규제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것을 만들어도 되는지 고민부터 들 것"이라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혜택이 줄어들게 되고, 각각의 서비스 이용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중국 플랫폼이 장악한 대부분의 해외 국가와 달리 국내 플랫폼이 굳건한 한국 시장의 경우, 구글 정도를 제외하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주요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지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쿠팡의 경우 이커머스 시장의 독과점 주체로 보기는 힘들기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공정위는 특정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 여부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만약 쿠팡과 네이버쇼핑이라는 이커머스 업계 1, 2위 업체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입점해 있는 국내 중소상공인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이 규제에 갈팡질팡하는 사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발 이커머스가 빈틈을 파고들어 생태계 자체를 흔들 것이라는 걱정이다.
의류를 판매하는 이커머스 입점 사업자는 "그나마 국내 플랫폼에 파니까 상단노출과 같은 이점을 얻고 있는데, 이런 것이 금지되면 중국 플랫폼으로 다 옮겨갈지 모른다"며 "이미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와 일대일로 가격 경쟁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내가 물건 떼오는 가격과 알리 판매 가격이 비슷할 정도"라고 언급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법안 추진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하여 결국 해외 공룡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중소상공인들은 중국의 낮은 인건비와 조악한 상품수준에 기반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업체와 가격 등을 직접 경쟁할 수 없으며, 결국 해외기업에 의한 산업 식민지화는 굴욕적인 이용조건만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