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27일(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전에서 많은 실점을 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집중력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점 장면만 놓고 보면 실수가 나왔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3차전 말레이시아와 3-3 무승부를 거뒀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로 23위인 한국보다 무려 107계단 아래라는 것을 감안하면 패배나 다름 없는 결과다.
이날 3실점은 한국의 이번 대회 최다 실점이다. 앞선 1,2 차전까지 포함해 역대 조별리그 최다인 6실점의 불명예까지 안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실점을 할 때는 한 가지 문제만으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지난 기자회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3실점 중 2실점은 심판 판정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재차 언급했다.
먼저 상대 선수가 황인범(즈베즈다)을 밀치며 공을 가로챈 뒤 실점으로 연결된 상황에 대해서는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었다. 당시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됐음에도 파울 없이 상대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인범의 미스가 있었지만, 파울이 있었다"면서 "모두 다시 보면 알겠지만, 아쉬운 판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서 실점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10분 뒤에는 설영우(울산 HD)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줘 역전골을 허용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서도 "말레이시아의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사실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경기를 분석하며 짚고 넘어갔다"면서 "실점 장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웠고,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앞으로 있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는 31일 F조 1위인 사우디와 16강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다. 이 결승전을 이겨야 또 한 번의 결승인 8강을 치를 수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서 사우디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고, 다음 라운드를 향해 전진하는 게 중요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우리 경기를 분석했고, 사우디 경기도 분석했다. 지난해 9월 한번 상대를 햇고,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이 부임한 뒤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대비를 잘 해야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름대로 내부에서 준비를 시작했고,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에 대해서는 "스위치 플레이가 상당히 강한 걸로 보여진다.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하는 게 상당히 좋다"면서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흐름을 잘 타면 위협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우디도 분명히 약점이 있다"면서 "우리가 약점을 잘 공략을 한다면 분명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토너먼트를 앞둔 클린스만 감독은 "많은 드라마가 쓰여질 것 같고, 더 긴장감이 높을 것 같다"면서 "분명 긴장되는 경기가 될 것 같지만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16강에서는 개최국 카타르와 같은 중동 국가인 사우디의 일방적인 응원전이 예상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분위기나 여러 가지를 보면 우리가 좀 불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3만 명의 사우디 팬이 경기장에 집결할 것 같은데, 그것도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