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피하려던 전략이었나" 굴욕적 질문인데…클린스만은 껄껄 웃음만

미소 짓는 클린스만 감독.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위상이 추락했다. 이제는 더이상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기 힘든 분위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5일(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의 목표는 조 1위였다. 1위 요르단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2골 차로 뒤져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에 말레이시아전 다득점 승리를 노렸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D조 2위인 '숙적' 일본과 맞붙는 대진이었다. 하지만 이날 무승부에 따라 승점 5(1승2무)에 그쳐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쳐 F조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난다.

3차전 상대였던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3위인 한국보다 무려 107계단 아래인 130위로 '최약체'로 꼽힌다. 게다가 앞서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고전했다. 지난 2경기에서 모두 득점 없이 패한 말레이시아에 무려 3골을 내주고 무승부를 거뒀다. 상대가 최약체임을 감안하면 패배나 다름 없는 결과였다.

해외 언론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같은 시각 조별리그 E조 다른 경기에서는 1위였던 요르단이 바레인에 0-1로 패해 골득실과 관계 없이 한국이 승리하면 조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재성 '아쉽다'. 연합뉴스
충격적인 무승부가 나오자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나"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만약 일본을 피하기 위해 무승부를 거뒀다면 이는 승부조작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정말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고전했고, 졸전 끝 힘겹게 무승부를 거뒀다.

외신 기자의 질문은 비꼬는 듯한 뉘앙스로 한국의 경기력을 비판한 셈이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을 앞세운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더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질문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에겐 불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며 "일본을 피할 생각은 없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그는 "반드시 조 1위로 올라가자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결과는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 같은 질문을 벌써 2차례 받았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오는 31일 사우디와 16강에서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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