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잇따른 가격 인하 경쟁에 출혈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둔화한 성장세를 가격 인하 카드로 돌파하려는 구상이지만, 무분별한 할인 경쟁이 자칫 시장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YD는 최근 중국·유럽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주력 차종인 아토3의 판매 시작 가격은 기존보다 1000만원 싼 4만유로(약 5800만원)로 내려갔다.
BYD의 선공에 테슬라도 맞받아쳤다. 테슬라는 독일에서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의 가격을 종전보다 5000유로(약 730만원) 인하했다. 이어 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 등에서도 최대 10.8%까지 가격을 낮췄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전기차 ID 시리즈 출고가를 최대 30% 인하했다. 미국 IRA 보조금 명단에서 제외된 제너럴모터스는 자사 전기차 값에서 보조금 액수에 해당하는 7500달러만큼 할인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IRA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기아도 할인전에 뛰어들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이달까지 미국에서 2024년형 아이오닉5·6와 코나 일렉트릭을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에게 7500달러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한다.
기아도 다음달 4일까지 2023·2024년형 EV6와 니로 EV를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에게 모델별로 3000~7500달러의 캐시백을 지원한다. EV6 2023년형을 구매할 경우 7500달러, 2024년형은 50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는 줄어든 보조금을 상쇄해 구매를 유도하려는 취지도 일부 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비싼 가격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전기차 평균 가격은 6만544달러(약 7950만원)로, 내연기관 차량보다 1만3000달러(약 1700만원) 더 비싸다.
지나친 할인 경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리한 '치킨게임'이 자동차 업계의 전체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완성차 업체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일례로 최근 미국 2위 자동차 기업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의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포드의 발표에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실적인 비용 수준을 무시한 채 살인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격 할인 경쟁은 결국 전기차 업계에 피바람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턱대고 (전기차) 가격을 내린 한 기업의 수익성이 사정없이 깎여 나갔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며 신규 진입자들은 매우 험난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테슬라를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반면 할인 경쟁이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거라는 시각도 있다. 이동헌 전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지역분석실장은 '중국 자동차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가격 인하는 '혁신성'이라는 전기차 게임의 룰을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제성을 중시하는 대중의 전기차 구매를 자극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