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가 앨범 발매일이었던 지난해 11월 2일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새롭지만 굉장히 알맞은 옷을 입은 느낌"(엄지)이라고 '벌서스'를 소개한 비비지. 총 5곡이 담긴 미니앨범 '벌서스'에는 최근 비비지에게 가장 자주 기쁨을 준다는 타이틀곡 '매니악'(MANIAC)도 있다. 잔잔하게, 하지만 꾸준히 반응이 오기 시작해 12월부터 각종 음원 차트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일간 차트 20위권(멜론 1월 25일자)에 든 바로 그 곡이다.
CBS노컷뉴스는 조금 천천히 빛을 본 '매니악'이 실린 미니앨범 '벌서스'에 궁금한 점을 물었다. 지난 24일 이루어진 서면 인터뷰는 비비지 세 멤버를 중심으로 '매니악' 안무가 카니, 스타일리스트 홍하리, 제작·퍼포먼스 디렉팅·마케팅팀 등 담당 부서가 고루 답변했다.
비비지는 '벌서스'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데모곡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1번 트랙 '매니악'부터 '언타이'(Untie) '오버플로우'(Overflow) '한 걸음'(Day by day) '업 투 미'(Up 2 Me)까지 총 5곡이 수록됐다. 5곡 전부 멤버들이 선택한 것인지 묻자, 은하는 "멤버들 모두 열심히 음악을 듣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타이틀곡 '매니악'과 '업 투 미'는 회사의 의견을 듣고 수록했다. 두 곡 다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고 답했다.
수록 기준에 관해 신비는 "우선 아무리 좋은 곡일지라도, 비비지의 목소리로 냈을 때 좋은 곡일지와 무대가 그려지는 곡일지를 중점으로 생각하고 추렸던 것 같다. 그래도 함께 해온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곡 취향이 크게 갈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엄지는 "각자 중점을 둔 부분은 조금 다르겠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이었던 건 노래 자체에 특징이 확실하면서도 '비비지'라는 팀에 잘 어울리는 곡, 또 우리 셋의 목소리를 입혔을 때 잘 어울릴 곡이었다. 수록곡은 보컬과 구성 위주로 들으면서, 타이틀이 될 노래들은 우리가 3인조로 그려낼 무대를 상상해 보면서 머리를 맞대고 추렸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뽑힌 타이틀곡은 '매니악'이었다. '매니악'은 얼터너티브 록 기반의 베이스 사운드와 매혹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팝 댄스곡이다. 상대를 미워함에도 놓지 못하는 모습을 가사로 녹였다. '매니악'은 마지막으로 후보군에 올라 경합을 벌여 끝내 타이틀곡이 된 사례다. 제작팀은 "아티스트의 보컬 및 장르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이면서도 비비지만이 표현 가능한 나이대의 성숙하지만 미숙한 사랑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강점이 크게 작용하여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엄지는 "처음에는 ''언타이'가 타이틀곡이 되어 강렬하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무대와 활동을 만들었으면 하는 의견이 있었다. '매니악'은 노래는 너무 좋지만 당시에는 안무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타이틀곡으로 가져가기엔 와우(주목할) 포인트가 크게 없단 생각이 들어서 곡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멤버들의 사랑을 받았던 '언타이'는 후속곡으로 활동했다. 요즘은 싱글 위주 활동도 흔하고, 타이틀곡 하나로 1~2주 음악방송에 나가는 게 보통인데, 비비지는 드물게 '후속곡 활동'을 했다. 이유를 묻자, 엄지는 "참 감사하고 또 신기한 게 비비지 멤버들은 앨범 활동과 무대에 여전히 목말라 있다. 같은 멤버지만 정말 기특하고 멋지다"라고 운을 뗐다.
엄지는 "이번에 후속곡 활동을 결정한 이유는 일단 크게는 '언타이'라는 곡으로 무대를 하는 걸 세 명 모두 너무 원했고, 이걸 다음 앨범이나 컴백 때 하는 걸로 미루기엔 우린 무대 레퍼토리를 당장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게 이득이라는 걸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언타이'의 장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비비지는 바로 이 곡이 "비비지의 타이틀곡 픽(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은하는 "처음 듣자마자부터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가 일단 강점이고, '퍼포먼스적으로 멋지고 새롭게 보여드릴 수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어 후속곡으로 활동했다. 세 명 각각의 매력이 돋보이는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신비는 '언타이'를 "비비지로 또 다른 매력과 가능성을 보여줄 곡"이라며, "다른 곡들과는 조금 다른 멤버들의 보컬을 들을 수 있어서 신선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또한 개개인 솔로 파트도 있고 임팩트 있는 안무와 테크니컬한 요소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제작팀은 "'매니악'의 아련함과 대비되면서도 퍼포먼스적으로 강렬함을 보여줄 수 있는 '언타이'로 의견이 모였다. 가장 큰 특징은 반복되는 베이스 리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다. 그 위로 은하의 랩과 신비의 저음, 브리지에서 엄지의 가창까지 모두 새롭게 도전해 모든 부분이 매력 있게 들리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매니악'과 후속곡 '언타이'를 제외한 다른 3곡에 대한 설명 혹은 자랑을 부탁했더니, 길고 자세한 답변이 왔다. 그대로 옮긴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오버플로우'를 꼭 들어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간드러진 멜로디를 열심히 불렀고, 레코딩(녹음)이 만족스러운 곡입니다. '업 투 미'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 상큼해지는 신나는 곡이고요. '한 걸음'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포근하게 듣기 정말 좋은 곡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캐럴 버전으로 라이브 클립 영상도 있으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은하)
"수록곡들을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이면 굉장히 신이 나요. 각각 곡에 대한 설명보다는 전체적인 자랑을 좀 하고 싶은데 일단 우리 멤버들의 음색이 너무 잘 담겼어요. 셋의 목소리가 결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한 곡에서 다 같이 어우러질 때 안정감 있는 흐름과 편안함이 있다는 게 우리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엄지)
'벌서스' 앨범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팀'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한 비비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체감한 순간이 있었을까. 신비는 "이번 앨범과 활동의 모든 부분에서 실감했다. 멤버들끼리도 이번 앨범으로 인해 비비지의 합이나 색이 짙어지고 완성도 있어졌다는 얘기를 했다. 이제 무슨 곡을 해도 비비지의 색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라고 자신감 있는 답을 내놨다.
제작팀은 "음원에서 말하자면, 앨범의 모든 곡들을 한 번에 이어 들으면, 트랙마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앨범에서 모두 다른 스타일의 곡을 소화하면서 조화로움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고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을 확신했다.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도 표현하는 측면에서 더 열정적으로 임하고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아티스트의 확장성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