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 무승부를 거뒀다.
대표팀은 바레인과 1차전에서 3-1 승리, 2차전에서는 요르단과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앞선 2경기에서 기록한 실점은 3점.
AFC에 따르면 한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기록한 최다 실점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5실점이다. 이후 최다 실점은 2000년 레바논 대회,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 2011년 카타르 대회 3실점이다.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팀은 1, 2차전에서 모두 이기제(수원 삼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 HD)로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설영우, 김영권(울산 HD), 김민재, 김태환(전북 현대)로 수비 라인을 변경했다. 기존 수비 라인업에서 무려 2명을 교체한 것.
설영우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태환이 빈자리를 메운 것은 이기제의 부상에 따른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줄곤 선발로 나선 정승현 대신 김영권을 투입한 것은 확실한 변화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수비는 오히려 더 불안해질 뿐이었다. 이날 기록한 3실점은 이번 대회 최다 실점이고, 앞서 1, 2차전까지 포함해 총 6실점으로 조별리그 역대 최다 실점의 불명예를 안았다.
조 1위를 목표로 했던 한국은 결국 승점 5(1승2무)에 그쳐 조 2위를 유지했다. 16강에서는 F조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한다.
이때 김민재가 노련한 수비로 존재감을 뽐냈다. 볼을 가로챈 상대 수비수가 곧바로 침투하려 했으나, 김민재가 빠르게 차단 후 빌드업까지 전개하는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다.
한국은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정우영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킥을 헤더로 처리해 골망을 갈랐다. 1 대 0으로 앞선 채 편안하게 전반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말레이시아의 역습에 동점 골을 허용했다. 후반 6분 대런 록이 황인범(즈베즈다)의 공을 가로챈 뒤 역습을 전개했고, 패스를 받은 압둘 할림이 수비를 흔든 뒤 골망을 갈랐다.
대런 록이 황인범의 공을 뺏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는지에 대한 VAR이 진행됐으나, 파울이 아니라는 판정이 나와 득점이 인정됐다. 한국이 동점골을 허용한 순간이었다.
한국은 10분 뒤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설영우가 크로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의 발을 가격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아리프 아이만이 득점에 성공해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로멜 모랄레스가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려 한국의 승리를 막았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보다 107계단 낮은 130위다.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 열세인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것은 패배나 나름이 없다.
특히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김민재를 중심으로 수비를 구축했음에도 말레이시아에 3실점을 한 것은 굴욕적인 결과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기력한 경기력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당히 화가 나고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다"면서 "역습, 수비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역대 최다 실점을 기록했음에도 "당연히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