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통분야를 6번째 민생토론회 주제로 삼고 광역급행철도 확대와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등 다양한 교통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수도권 지역의 만성 애로사항인 출퇴근 교통난을 해소하고 지방 교통 여건 또한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전국적인 광역고속철도망 구축 또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사고 있다.
정부, 2035년까지 GTX A~F노선 구축…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 선언
정부는 25일 교통분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와 교통격차 해소를 위한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를 제시했다.
수도권 출퇴근 30분의 근거는 수도권 곳곳을 지나도록 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망 구축이다.
오는 3월 부분 개통에 들어가는 GTX-A노선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A·B·C·D·E·F의 6개 노선을 모두 준공해 경기·인천과 서울 간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북서부 파주 운정에서 남동부 평택까지 이어지는 A노선과 인천에서 출발해 서울역에서 A노선을 만난 후 청량리를 지나 춘천까지 이어지는 B노선은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1호선을 연상시키듯 서울을 X자로 가로지른다.
동두천에서 의정부를 거쳐 청량리, 삼성을 지나 아산까지 세로로 내려오는 C노선과 인천·김포 2곳에서 출발해 하남·원주 2곳으로 가로로 연결되는 D노선은 십자 모양으로 서울을 교차하며, E노선은 D노선과 비슷하게 가다가 서울 북부를 가로지른다.
정부는 북쪽으로는 의정부, 서쪽으로는 부천, 남쪽으로는 수원, 동쪽으로는 남양주를 지나며 경기도를 크게 순환하는 F노선까지 완공되면 하루 평균 183만명이 이용하면서 135조원의 경제효과와 50만명의 고용 창출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역급행'의 의미 못 살리는 GTX…경제성 취약에 지방소멸 우려도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우선 광역급행철도는 그 이름과 같이 경우 일반 철도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주요 거점에만 정차하는 것이 목적인 교통수단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출퇴근 30분' 슬로건을 통해 나타낸 것처럼, GTX는 효율성보다는 기존에 서울로 출퇴근·통학하는 경기·인천 주민들의 아침·저녁 이동을 편하게 해주는 데 방점이 있다.
특히 경기·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것이 아닌,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경기도 지역만 외곽에서 순환하는 GTX-F 노선 같은 경우는 경제성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동선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철도라는 것은 그냥 핵심 거점을 빨리빨리 연결해 주는 게 목표다. 그래서 F노선은 의미가 없는 선 같다"며 "GTX는 역간 거리를 5㎞ 정도로 해서 높은 속도로 주요 거점을 신속하게 지나도록 하는 수단인데, 아산, 원주, 춘천, 동두천까지 다 지나면 운행횟수에 제약이 생겨서 원래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북부를 횡단하는 E노선은 서울 경전철 강북횡단선과의 유사성이 우려의 지점이 되고 있다.
동쪽과 서쪽 모두 2개의 종착지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4개의 노선을 하나의 노선으로 지칭한 D노선은 서울 남부권의 교통수요가 많은 지역을 관통한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노선이 갈라진 탓에 원하는 차량을 탑승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GTX 성패의 또 하나의 관건은 효율적인 역 구조 개선이다.
지하 40m나 그 이상의 깊이에 설치되는 대심도 노선인 만큼 환승 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자칫 동선이 잘못될 경우 GTX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과 유사한 시간이 환승에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살리겠다며 지방 광역급행철도 설치 제시한 정부…경제 살릴 산업정책 없는 교통망 설치는 실효성 없어
정부는 GTX 구축이 지방을 더욱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지방에도 메가시티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며 지방광역급행철도 설치 계획을 밝혔는데, 이 또한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지방별로 광역철도망을 구축했을 때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거나, 최소한 유지를 할 수 있는 경제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이미 지방인구 감소로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김포·제주·김해 공항을 제외한 11곳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수도권조차도 일부 지역은 교통 노선이 축소되고 있는데, '수도권도 지었으니 지방에도 짓자'와 같은 식으로 교통망을 확충했다가는 오히려 경제적인 타격만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신공항과의 물류 연계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제성을 강조한 달빛열차조차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9조원에 이르는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이같은 산업 활성화 방안 없이 철도만 지었다가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도 제기된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것은 그냥 교통시설만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라든지 아니면 인구의 재편성 계획이라든지 정말 인구가 옮겨가고, 거기에 매력이 있는 도시가 돼야지만 그게 가능한 것"이라며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깔아서 우리나라가 발전했던 것과 같은 식의 경제발전 유도는 개발도상국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수도권에 하나, 대구·경북에 하나, 부산·울산·경남에 하나, 광주·전남에 하나, 충청에 하나와 같은 식의 접근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서 메갈로폴리스를 구축하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과 과감한 투자행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압사사고 우려에 8개월만에 다시 내놓은 김포골드라인 대책…올림픽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은 역효과가 더 클 수도
정부가 한 때 압사사고 우려까지 제기돼 지난해 5월 대책을 내놨음에도 8개월 만에 다시 단기 혼잡완화방안을 발표한 김포골드라인 대책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노선 다양화, 중간 거점 회차 노선 신설, 신규 노선 확충, 2층 전기버스 집중투입 등이 효과를 내기는 하겠지만, 기존에도 가용했던 방식을 다소 확대한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포에서 서울 서부로 진입하는 주 간선도로인 올림픽대로의 일부 구간에서 출근시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적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정부는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올림픽대로 서울 방향으로 한강시네폴리스IC에서 가양나들목까지 11.9㎞까지는 올해 상반기 중, 가양나들목부터 당산역까지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활용한 출근길 직장인의 이동 속도를 높임으로써 배차 또한 원활하게 하겠다는 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구간은 출근 시간마다 극심한 교통체증이 유발되는 구간으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될 경우 자가용이나 화물차 등의 이동에 상당한 수준의 애로가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개화IC 인근은 대표적인 병목구간인 탓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확장공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혼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울 강서구는 "올림픽대로는 매일 아침저녁 극심한 정체로 강서구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구간임에도 추가 차로 확보 선행 후 버스전용차로 도입이라는 강서구의 의견은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며 "마곡지구 개발 등으로 상시 정체가 발생하고 있고, 출퇴근 시에는 정체가 극심한 실정임에도 추가 차로 확보 없이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오히려 더 큰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기민 교수는 "승용차를 타는 사람에게 혼잡통행료를 매긴다든지, 주차비를 올린다든지,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서 도로 용량을 줄인다든지 함으로써 '승용차는 타기 어려우니 대중교통으로 옮겨가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라며 "대중교통이 편하고 빠르도록 해서 자연스레 옮겨오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승용차 이용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라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