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前대법원장, 5년 만인 오늘 1심 선고

檢, 양승태·박병대·고영한…각 징역 7·5·4년 구형
2019년 2월 11일 기소 이후 1811일 만에 결론
검찰 "재판거래·재판개입…직권남용 혐의 성립"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정치 세력의 공격이 배경"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

재판거래 등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26일 내려진다.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가 주요 쟁점인 가운데 대법원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직권남용 혐의 판결을 내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린다. 애초 지난해 12월 22일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연기해 2019년 2월 11일 기소 이후 1811일 만에 선고가 이뤄지게 됐다.

공소장 적시 혐의만 '47개'…檢 "양승태, 부당하게 재판 개입해"


사법농단 의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이 법원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특정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부당하게 남용했다는 의혹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대법원의 숙원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국회 상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헌법재판소 견제를 목적으로 헌재 정보를 수집한 혐의와 법원 내 비판세력을 탄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혐의만 47개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이다.

지난해 9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최고 사법행정권자들로서 강제징용 손배소 피해자인 원고 측을 배제한 채 피고(정부) 측과 함께 해당 재판에 개입했고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통진당 행정소송에 대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사법부 정책과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거래 수단으로 삼기로 마음 먹고 재판부에 접촉하고 재판 관여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

4년 11개월만에 결론…유·무죄 가를 '직권남용' 인정할까


양 전 대법원장 등 옛 사법부 수뇌부를 둘러싼 주요 혐의의 유·무죄를 가를 쟁점은 직권남용 혐의 인정 여부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은 모두 14명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만이 2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대다수는 무죄가 확정됐다.

하급심에 이어 대법원은 직권남용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임 전 부장판사는 직무상 담당 재판부 외엔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재판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지휘 계통을 통해 보고·승인 과정을 거쳐 의사 결정이 된 것으로 이른바 '월권적 남용 형태'로 직권남용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사법부에 대한 정치 세력의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고 수사 명목으로 검찰이 그 첨병 역할을 했다"며 "실체도 불분명한 사법농단·재판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사법부 자체 조사를 외면하고 수사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1심, 다음 달 5일 선고 예정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종민 기자

2011년 9월 취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6년 임기를 마친 이후인 2019년 구속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전직 대법원장으로 기록됐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재판은 기소 이후 2021년 심리 도중 재판부가 바뀌면서 공판 갱신 절차에만 약 7개월이 걸리고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아 재판이 중단되면서 약 4년 11개월에 걸친 '초장기', '마라톤 재판'이 됐다.

한편, 사법농단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사실상 실무를 도맡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재판 5년 만인 다음 달 5일 1심 선고가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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