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에 '언해피'가 뜬 선수가 있었다.
KBL 얘기가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3년차 포워드 조나단 쿠밍가를 둘러싼 이야기다.
이달 초 쿠밍가가 골든스테이트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미국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쿠밍가가 스티브 커 감독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왔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와 덴버 너겟츠와 경기가 소문을 더욱 키웠다. 쿠밍가는 3쿼터 중반까지 16득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커 감독은 마지막 18분 동안 그를 기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팀은 졌다. 쿠밍가의 표정은 어두웠다.
쿠밍가는 '언해피'와 관련한 소문에 대해 "나는 골든스테이트에 머물고 싶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음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됐다.
커 감독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쿠밍가와 커 감독은 덴버전 이후에 만나 대화를 나눴다. 쿠밍가는 의미있는 대화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후 쿠밍가의 입지가 달라졌다. 쿠밍가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다음 경기에서 덴버전의 출전 시간(약 19분)보다 약 2배 가까이 많은 35분 동안 코트를 누볐다. 쿠밍가는 이때부터 골든스테이트의 핵심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출전 시간은 물론이고 코트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도 늘어났다.
쿠밍가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애틀랜타 호크스와 홈 경기에서 물 오른 기량을 마음껏 자랑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쿠밍가는 29분 동안 출전해 25득점 9리바운드 2스틸 2블록슛을 기록하며 골든스테이트의 134-112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효율이 놀라웠다. 쿠밍가는 야투 11개를 던져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구단 타이기록이다. 실패 없이 가장 많은 야투를 성공한 선수로 골든스테이트의 레전드 크리스 멀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쿠밍가는 '게임 체인저'였다. 그가 코트를 밟을 때마다 골든스테이트가 흐름을 탔다. 코트에서 애틀랜타가 자랑하는 3년차 포워드 제일런 존슨과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졌다. 쿠밍가는 수비가 좋은 존슨을 상대로 거침없이 공세를 펼쳐 효과를 봤다.
존슨은 에이스 트레이 영이 뇌진탕 프로토콜로 인해 결장한 상황에서 21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쿠밍가를 막지 못했다.
쿠밍가는 이달 초 디트로이트전을 시작으로 최근 7경기에서 평균 28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19.0득점, 5.9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59.8%를 기록하며 골든스테이트의 주축 선수로 발돋움 했다.
이날 원투펀치와 조화도 잘 이뤄졌다. 스테판 커리는 3점슛 5개를 넣으며 25득점 8어시스트, 클레이 톰슨은 3점슛 5개를 포함해 24득점을 각각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한편, 골든스테이트는 9일 만에 경기를 치렀다. 세르비아 국적의 데얀 밀로예비치 코치의 사망으로 예정됐던 지난 2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밀로예비치 코치의 유족을 초청해 경기 전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어쩌면 한 시즌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값진 승리를 고인의 영정에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