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미분양 주택 증가로 건설사가 속속 폐업하는 등 건설업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2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평가 및 리스크 점검' 자료를 통해 투자수요 감소로 주택 가격과 거래량 모두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말 기준 도내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업 581곳, 전문건설업 1215곳 등 모두 1796곳이다.
2023년 11월 현재 도내 미분양 주택은 2510호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1537호, 서귀포시 973호다. 동지역과 읍·면지역으로 재분류하면 69%인 1741호가 읍·면 지역에 몰려 있다.
이중 악성 물량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997호에 이른다. 미분양 대비 악성미분양 비율은 39.7%로 전국 평균 17.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처럼 건설시장이 급냉하면서 도내 건설의 부채 비율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지만 2022년부터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동반 하락하면서 지난해에만 도내 건설사 74곳이 폐업했다.
또 제주지역 건설업계 '부채비율'은 2020년까지는 전국에 비해 낮았지만 지속적인 상승으로 2022년 129.3%로 전국 112.4%를 넘어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제주지역 전문건설업 1곳이, 지난해에는 종합건설업 1곳이 각각 부도 처리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치솟는 분양가와 수요 부진 여파로 제주지역 공동주택 미분양 물량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연구진은 실수요와 지역 외 거주자 투자수요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분양 가격이 치솟으면서 청약이 줄고 외지인들의 매입 물량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23년 11월 기준 도내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574만원이다. 이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전국 평균 1709만원과 비교하면 1.5배 높은 수준이다.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지인의 매입 물량도 1년 사이 40% 가량 감소했다.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도 2023년 1월 23.3%에서 11월에는 15.5%로 급락했다.
연구진은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토지와 자재 가격 탓에 분양가격 하락이 미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미분양 물량을 해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지역 건설사의 재무여건 악화도 걱정거리다. 이미 부동산 업계는 미분앙 주택 등의 여파로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는 직접적인 자금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투자가 줄면 민간 소비 등 실물 경제 지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 대출 규모도 늘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시행사의 분양가 합리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분양가 할인을 통한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는 주택가격 비규제지역에 해당 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고분양가 심사 대상 지역에서도 제외돼 있다. 결국 공공 물량의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 유일한 대응책이다.
박으뜸 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과장은 "제주도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 관리를 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부진이 실물경기 침체와 금융기과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