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일본 군수기업인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도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법원 판결을 반기면서도 "일본 정부도 보상을 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부터 시작된 한국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소송이 다 이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는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해서 다 패소한 소송들이었다"며 "한국에서는 국가 면제 부분으로 일본 정부는 넣지 못하고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대법원은 고(故) 김옥순 할머니 등 여자정신근로대 5명이 일제강점기 때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각 1억 원의 손해배상과 지연 이자를 청구한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억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피해자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장완익 변호사는 "미쓰비시 중공업이든 일본제철이든 판결에 응하지 않아서 한국에서는 지난해 일제 피해자 강제동원 지원재단을 통한 판결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제철이든 미쓰비시 중공업이든 오늘 판결난 후지코시든 회사가 이 판결에 따라서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원고 생존자 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판결을 반기면서도 향후 제대로 된 보상과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이자순 할머니는 "(강제동원에) 14살에 갔는데 지금 90살이 넘었다. 진작에 우리를 구해줘야 하는데 90살이 넘도록 죽지 않고 이 세월을 기다렸다"며 "후지코시는 너무나 나쁘다. 14살에 갔던 사람들을 이제야 해결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김정주 할머니는 "우리가 후지코시 회사에 대한 소송을 위해서 20년, 30년 일본을 돌면서 싸우고 울었다. 형제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함께 재판했던) 양반들도 다 돌아가시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보상을 우리나라만 해줄 것이 아니라 일본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일본에서 사죄하고 일본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우리 대한민국에 보상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