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유예 문제가 막판 초읽기에 몰렸다.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년 추가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이틀 뒤인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딱 한번만'이라며 추가 유예를 달라고 아우성이고, 정부 여당도 '개정이 안되면 종업원을 5명 이상 고용하는 동네 식당이나 빵집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된다'며 위기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들이 24일 오후에 이어 25일 오전 다시만나 추가 유예 기간 부여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인다.
만약 두 원내대표가 합의를 하면 이날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 일사천리로 개정안이 상정될 수 있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이미 계류중이고, 숫자 하나만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조항에는 법 시행일과 관련해 개인사업자나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 공포됐으니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 정확히 말하면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개정안은 이를 '공포 후 5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50인 미만 기업은 2026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법리적인 논란이 없는만큼 본회의 전 법사위를 긴급소집해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
'3'을 '5'로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이를 둘러싼 이해집단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중소기업계는 현재 추가 유예 기간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까지도 '사업주 처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조항 개정을 요구해왔다.
사업주 처벌 조항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차별성을 갖는 대목으로, 실질 사업주를 처벌함으로써 직원이나 하청업체에게 처벌이 전가되는 것을 막아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조항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생산과 기술개발, 마케팅, 자금 마련 등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에서 사업주가 처벌을 받게 되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사업주 처벌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추가 유예 기간을 계기로 중소기업계의 이같은 요구가 다시 터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추가 유예를 위해 목소리를 낮추고 있지만 일단 유예기간을 얻게 되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위한 본격적인 개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계는 자신의 이익에 맞게 법을 개정해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수위를 높여 재차 개정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부의 대물림 세법'으로 지적받는 '가업승계 상속세 관련법'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대조건 중심으로 개정되더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법이 잇따라 개정되면서 상속세 공제 규모가 대폭 상향조정됐고 상속세를 넘어 증여세도 혜택이 크게 확대됐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비업무용 자산에 대한 혜택을 늘려달라는 취지 등의 개정을 또 요구하고 있다.
유예 기간 문제가 대두되면서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본문 개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성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 기간 요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도 "법 개정에 대해서는 말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유예 기간 부여에 대한 여야 합의 여부와 4월 총선 결과 등에 따라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본질적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