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1단독(박주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이 요구했던 13년형보다 더 높은 형량이다.
A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영구 소재 9개 건물에서 임대 사업을 하면서 세입자 229명에게 전세보증금 180억 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피해자는 210명, 피해 금액은 164억 원 규모로 알려졌으나, 대책위와 별개로 소송을 진행하던 이들까지 합쳐지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었다.
박 판사는 "전세사기는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재산상 손해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에서 A씨는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른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 박 판사는 20~30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직접 읽으며 피해자를 위로하기도 했다. 선고가 이뤄진 뒤에는 미리 써온 '당부의 말씀'을 읽었다.
박 판사는 "험난한 세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기성세대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사연을 읽고 또 읽었다"며 피해자에게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