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은 장애인 망언, 의회는 음주·폭행…"공천 누가 줬나"

'장애인 망언' 구청장, 선거법 위반 1심서 '유죄'
북구의원 음주운전 3명·폭행 1명 전원 '국힘'
선출직 관리할 '당협위원장'은 장기간 공석
지역 시민단체 "검증 실패한 정당이 책임져야"

'장애인 망언'으로 공분을 산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의 구청장 후보 시절 모습. 오태원 후보 캠프 제공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 발달장애인 관련 망언으로 빈축을 사는 가운데, 이 지역 국민의힘 소속 선출직들의 사회적 물의가 잇따르자 이들을 공천한 정당을 향해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언론 간담회 자리에서 발달장애인을 두고 "낳지 말았어야 하는데 낳은 잘못"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정치 신인이다.
 
그는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산을 축소·누락 신고하고, 자신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만약 형이 이대로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상 당선 무효로 직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북구에서 국민의힘 소속 선출직이 물의를 일으킨 건 오 구청장이 처음이 아니다. 북구의회는 사태가 더 심각해 무려 4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설에 올랐다.
 
A 구의원은 지난해 6월 부산 동래구에서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구의원 신분을 숨기고 직업을 회사원이라고 진술해 빈축을 샀다. B 구의원도 지난해 9월 북구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몰다가 주차 차량을 들이받아 검거됐다. 이들은 구의회 출석 정지와 국민의힘 당원권 1년 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C 구의원이 2019년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구의회 자체 징계를 받으면서, 국민의힘 소속 음주운전 북구의원은 3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D 구의원은 지난해 평소 갈등을 빚던 다른 당 소속 동료 구의원을 가방 등으로 폭행했다가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부산 북구의회. 부산 북구의회 제공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지역 정치권에서는 무려 5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선출직이 잇따라 물의를 일으킨 사상 초유의 사태는 당협위원장 부재로 인한 지역구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 당협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은 국회의원 지역구 대표로 통상 지역구에 국회의원이 있다면 겸직하고, 없는 당은 차기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맡아 표밭을 다진다. 이들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어 해당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형님'으로 불린다.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사람들은 당협위원장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반대로 당협위원장은 당과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을 만한 인물을 골라야 하기에 나름의 방식으로 검증이나 관리에 나서는 구조다.
 
북구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북강서갑·을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화명·금곡동이 속한 북강서을은 지난 18일 전국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 직전까지 김도읍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북강서을은 강서구 전 지역이 포함돼 있고, 김 의원의 출신지도 강서구여서 북구보다는 강서구에 비중이 치우쳐져 있다.
 
반면 북강서갑은 구포·덕천·만덕동을 지역구로 해 사실상 '북구 갑'이나 다름없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은 전재수 의원이 현역이자 지역위원장으로 있지만, 국민의힘은 박민식 전 당협위원장이 돌연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며 떠난 2022년 이후로 현재까지 공석인 '사고당협'이다. 즉 지역구 내 선출직들을 관리할 '큰 형님'이 없어 위기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정치인은 "그 지역에 어른이 없으니까 선출직들이 마음대로 한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가뜩이나 지방 의원은 '인재 풀'이 얕아 검증이 제대로 안 된 후보들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실정인데, 당협위원장도 오랫동안 없으니 기강이 안 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북구청 전경. 부산 북구 제공

지역 시민단체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 선출직들이 반복해 물의를 일으키는 책임은 결국 이들을 공천한 정당인 국민의힘에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문제를 일으킨 개인의 자질로 치부하고 넘기면 정당이 심사를 거쳐 후보를 공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정당이 자질 검증을 제대로 못 했다는 뜻"이라며 "부산시당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사람들을 공천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부산CBS 최초 보도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오 구청장 망언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하자 징계 심의에 착수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중앙당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당 차원의 대응은 방법과 수위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만간 결론을 내놓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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