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 바이러스 창궐, 갑작스러운 지진과 도처에서 발생하는 강력 사건 등 도시를 둘러싼 재해의 현장을 함께 보여준다.
청소 용역인 민준이 버려진 아이를 손에 들고 고민하는 하루는 인간의 실존을 마주하는 시간으로 그려진다. 강력 범죄로 딸을 잃은 진영은 생명을 다시 탄생시키는 일로 자신의 상실을 복원하려 하고, 샤오는 경제적 이유로 대리모가 되려 한다. 유전인자를 통해 계급이 매겨지고 그 속에서 개인의 상처나 고통은 묵살된다. 이 역시 도시를 둘러싼 인간 고유성을 위협하는 재해다.
저자는 이 땅에서 탄생하는 것과 이 땅에 묻히는 것들을 보여주며 인간 고유성을 시험하는 재해와 같은 삶 속에서 사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