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1%포인트 이상 크게 줄었다. 통계상 허수가 정리된 데다, 건설노동자 중심으로 노조 이탈이 발생한 결과로 정부는 해석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고용노동부가 23일 발표한 '2022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22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3.1%, 전체 조합원 수는 272만 2천 명이다. 전년대비 조직률은 1.1%p, 조합원 수는 21만 1천 명 각각 감소했다.
노조 조직률 1%p 이상 감소는 2013년 이후 최근 10년간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0.1%p 감소 사례를 빼면 매년 조직률은 늘었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7%p 크게 올랐다.
조합원수 역시 3013년 184만 8천 명에서 해마다 늘어 2021년 293만 3천 명에 이르렀으나, 2022년에는 최근 10년간 최초로 감소를 기록했다.
노조 조직률은 조직대상 근로자 수(2022년 2070만 7천 명) 대비 전체 조합원 수 비율이다. 조직대상 근로자는 경제활동 중인 임금근로자 중 노조 가입이 금지된 일부 공무원(군인·경찰·교정·수사 등)과 교원(교장·교감 등)을 제외한다.
정부에 따르면 주요 외국의 노조 조직률도 최근 하락세다. 영국은 2015년 24.7%였다가 2021년 23.1%로 줄었고, 같은 기간 미국은 10.6%에서 10.3%로, 일본은 17.4%에서 16.9%로 감소했다. 2015년 17.6%였던 독일도 2019년 16.3%이 됐다.
유령노조 정리와 건설노조 위축 결과
국내 노조 조직률 하락의 원인으로 정부는 통계상 오류 수정, 건설부문 노조 조합원이 감소 등을 꼽았다.
정부는 최근 노동조합 현황 정기통보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를 대상으로 실체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는 41개 노조(조합원 1800명)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산하고, 사업장 폐업 등으로 실체가 없는 1478개 노조(조합원 8만 1천 명)는 목록에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설부문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전년대비 감소한 조합원 수를 신고해 이게 반영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21년 10만 6천 명을 신고했으나, 2022년 2만 9천 명으로 신고했다. 상급단체 미가맹 상태인 건설산업노조도 21년 8만 2천 명에서 2022년 8천 명으로 줄여 신고했다.
2022년 신설 노조가 431개 신고되고 조합원 수도 7만 2천 명 증가했음에, 이처럼 건설부문 조합원 수 감소와 통계 오류 수정 과정에서 조합원 수 감소 등이 더 커 노조 조직률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노조와 관련해서는 2022년 일부 노조의 조합비 횡령이나 '채용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개별노조와 상급단체 간 갈등도 있었다. 이게 노조에 대한 신뢰상실과 조직률 감소로 이어졌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건폭 몰이' 등 노조 때리기 강경 대응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정부는 2022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가동하고 위법행위에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한 데다, 해를 바꿔서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이 직접 "건폭 근절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노총 성지훈 부대변인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기는 하나, 건설부문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노조 조직률에 부정적 효과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또 정부는 이같은 통계를 내세워 탄압의 효과를 광고하고 공세에 나서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부 "미조직 노동자 보호 노력하겠다"
2022년 총연합단체별 조합원 수는 한국노총 산하 112만 2천 명, 민주노총 산하 110만 명, 상급단체 미가맹 조합 48만 3천 명 순이었다.
조직형태별 조합원 수는 초기업노조(지역별·산별 노조) 소속이 164만 1천 명(60.3%), 기업별노조 소속이 108만 1천 명(39.7%)이었다. 부문별 노동조합 조직률은 민간부문 10.1%, 공공부문 70.0%, 공무원부문 67.4%, 교원부문 21.1%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극히 작았고, 그만큼 권리 요구가 취약한 상황이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은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36.9%, 100~299명 5.7%, 30~99명 1.3%, 30명 미만 0.1%이었다.
황보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미조직된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