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승부수 "여성의 낙태권, 완전히 회복시킬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낙태 문제'에 대해 이슈 선점에 나섰다. 미 백악관이 22일(현지시간) 연방 정부 차원에서 피임, 낙태 약물, 긴급 낙태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
 
이번 대책에는 연방 정부가 무료 피임 기구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보험사에도 무료 피임과 관련한 의무를 고지하는 서한을 보내는 방안이 담겼다. 또한 연방 보건당국은 낙태를 금지한 미국 21개 주를 포함해 연방 차원의 모든 병원에서 긴급 낙태 시술을 제공하도록 전담 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개인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온지 만 51년이 되는 날에 발표됐다. 이는 백악관이 엄격한 낙태 제한을 지지하는 공화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대선을 앞두고 '낙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에 내려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번복하고 각 주가 자체 입법을 통해 낙태 문제를 결정하도록 하면서 미국 사회를 분열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51년 전 오늘, 연방대법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했다"며 "하지만, 1년 반 전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려 현재 수천만명의 여성이 극단적이고 위험한 낙태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전역의 주에서 여성들은 권리를 박탈당한 채 응급실에서 퇴원 조치되고, 필요한 조치를 받기 위해 법원에 가야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수백 마일을 이동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해리스 부통령과 나는 매일 매일 극우 공화당의 위험한 의제에 맞서 여성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대다수 미국인의 편에 서서 연방법에서 다시 이같은 권리를 완전히 회복시킬 것을 의회에 지속적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관계 당국자 24명을 불러 낙태권 보장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여기에는 낙태를 금지한 주에서 개업한 의사들도 참석했다.
 
백악관이 낙태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든 것은 앞선 선거에서 보여준 '낙태권 폐기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2022년 낙태권 폐기 직후 치러진 11월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압승'이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선거 전보다 더 많은 의원과 주지사를 배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가 조용히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결집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세가 두드러졌다.
 
미 대선을 1년 앞두고 지난해 가을 벌어진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와 오하이오 주민투표, 켄터키 주지사 선거도 이같은 '후폭풍'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버지니아주는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 이후에도 남부 주 가운데 유일하게 '낙태 금지'를 법제화하지 않은 곳이었는데, 선거 결과 버지니아 주의회 상·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면서 '낙태 금지'는 요원하게 됐다.
 
오하이오 주민투표에서는 주 헌법에 낙태 권리를 명시한 개헌안이 주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말 그대로 '낙태권이 승리한 셈'이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측은 '강요(Forced)'라는 제목의 대선 광고를 공개하기도했다. 1분 분량인 이 광고에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세 아이 엄마인 오스틴 데너드가 등장한다. 임신 11주차 태아가 무뇌증 진단을 받자 데너드는 낙태가 합법인 곳을 찾기 위해 살고 있던 텍사스주를 떠나야 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텍사스에서는 강제로 임신을 유지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이저가족재단(KFF·미국 내 의료 및 보건문제를 연구조사하는 비영리기관)의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5명중 1명을 포함해 전체 유권자의 58%가 낙태 문제에 대해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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