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지원하던 '세월호 참사 기억다짐 사업' 보조금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되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0년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 및 안전사회를 위한 조례'가 대전에서도 제정됐다. 조례에는 대전시장은 참사 희생자 추모와 안전사회 조성을 위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책무로서 포함됐다.
조례에 근거해 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순직 교사·소방관 기억식과 으능정이 거리에 마련되는 기억다짐 문화제에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630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올해, 이 보조금은 중단됐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대전시에 보낸 질의에 대전시는 공문을 통해 '앞으로는 더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캠페인, 안전교육 등)을 검토 및 운영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대전시는 보조금 예산 미편성 이유에 대해, 한정된 예산과 민간보조금 등에 대한 감사 및 축소 기조 속 해당 보조금 사업에 대해서도 심의위원회 심의 후 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안전과 관련된 캠페인·교육 예산과 최대한 연계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캠페인과 교육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시를 규탄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추모의 마음을 지우고 덮으려는 지방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문에서는 더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면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뚜렷한 계획이 없다고도 비판했다.
지역 78개 단체가 모인 '세월호 참사 10주기 대전 준비위원회'와 '국민주권실현적폐청산대전운동본부 4.16특별위원회'는 22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 의미를 살려 조례를 제정한 대전시의회에 대한 무시이며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해왔던 대전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지난 3년 동안 대전시가 제공한 보조금은 각자의 삶에 휩쓸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던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참사를 다시 기억하고 다짐하게 했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인구 144만의 대전시가 세월호 보조금에 지출한 금액은 630만 원에 불과하다. 수천 명의 시민이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한 행사를 위해 지출하는 예산 600만 원을 아끼면 위대한 일류경제도시가 이뤄지는 것인지 저는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장우 대전시장의 사과와 세월호 참사를 대전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오는 3월 대전을 방문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이장우 시장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만큼 이 시장은 유가족 앞에 사과하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10주기 추모 사업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