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표 '불신', 이번 총선 땐 얼마나 바뀌나[영상]

석 달 앞 제22대 총선, '부정선거' 논란 차단할까
선관위, 사전투표함 CCTV 실시간 공개 등 검토
개표 방식 개선책…투표 방식은 그대로?
사전투표용지 '인쇄 날인' 지적…공직선거법 위반 시각도
선관위 "직접 날인 물리적으로 어려워, 판례상 문제 없어"
전문가 "우려 불식 위해 제도 개선 필요"


#투표관리원이 투표함에서 용지를 꺼내 높게 들어 올리며 결과를 큰 소리로 알린다. 다른 관리원은 칠판에 '바를 정'(正)자를 그어가며 집계한다. 지난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의 개표 장면이다. 대만은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후 수작업으로 일일이 개표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으로 공유돼 '개표가 투명하다'는 반응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3개월도 안 남은 가운데, 과거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하고 불신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함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실시간 공개, 투표지 육안 심사 절차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정선거 논란은 지난 2022년 3월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에 대한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보관되고 특정 후보로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돼 불거진 바 있다. 앞서 2020년 21대 총선 때는 기표되지 않은 사전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나왔다며 부정 개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투표 용지들은 경기 구리시 선관위에서 유출된 본투표 용지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은 선관위의 투·개표 관리 시스템에서 해킹 취약점이 다수 발견되는 등 사이버 보안 관리가 부실한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권자 등록 현황과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을 인터넷으로 침투할 수 있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가 부실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선관위 도장, 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을 선관위 내부 시스템에 침투해 훔칠 수 있고, 테스트용 사전투표 용지 출력 프로그램 통제가 엄격하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가 같은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총선 모든 지역구의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 보관장소에 설치된 CCTV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통합선거인명부 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 서버 접근 통제 강화, DB 위·변조 여부 탐지 조치를 시행했다.

개표 때는 투표지 분류기에서 정당·후보자별로 분류된 투표지를 사무원이 전부 다시 육안으로 확인한 뒤, 심사계수기로 이를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개표 방식에서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투표 방식은 사실상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전투표에서 투표관리관이 투표 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는 대신 관인(官印)이 미리 인쇄된 투표 용지를 나눠주는 방식을 두고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표 용지 조작 가능성과 함께 분실될 경우 각종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관행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제158조)에 따르면 사전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련번호를 떼지 않고 회송용 봉투와 함께 선거인에게 교부한다고 규정돼 있다. 공직선거법상 예외적으로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는 건 투표용지 상단에 찍히는 선관위 도장(청인·廳印)이다.

본 투표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사전투표는 공직선거관리규칙(제84조 제3항)을 통해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인쇄 날인도 가능하게끔 했다. 규칙이 상위 법률을 넘는 모양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의 관행은 문리 해석(법문(法文)에 나타난 의미에 중점을 두고 해석하는 방법)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법률의 규정에 반하는 하위 법령은 효력이 없기에 위법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선관위 "직접 날인 물리적으로 어려워"…전문가 "우려 불식 위해 필요"

박종민 기자

선관위는 사전투표 특성상 관리관의 직접 날인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대법원 판례에서도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는 본투표와 달리 몇 명의 선거인이 투표를 할지 예측할 수 없고 관내·관외 선거인의 투표방법이 상이해 투표 구역과 이동 동선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며 "여러 대의 사전투표용지 발급기를 운용해 한 명의 투표관리관이 모든 투표 용지에 직접 날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투표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규칙을 통해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인쇄날인하도록 정했고 대법원은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한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에 해당한다'고 했다"며 "헌재는 '사전투표용지 인쇄 날인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투표는 사전에 인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므로 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어 정규의 투표용지임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지만 사전투표시에는 유권자의 눈 앞에서 바로 투표용지를 인쇄, 교부한다"며 "투표관리관 도장을 인쇄날인하거나, 직접 날인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어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선관위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헌재 결정 당시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 의견을 통해 "사전투표관리관이 발급된 사전투표용지에 직접 날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선거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고 그 의혹 내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선거의 효율성이 일부 희생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을 더욱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입법적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실제 사전투표관리관 날인에 추가되는 인원은 7700명 정도에 불과해 전체 선거사무원 42만 명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며 "선거사무원을 추가로 충당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성민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명한 선거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제도를 개선하면 문제 제기도 덜하지 않을까 본다"며 "국민 여론에 불신이 있다면 사전투표관리관 직접 날인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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