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도 이런 동네북이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야기다. 기관도, 수장도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출범 이후 계속된 수사력 부실 논란과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탓에 '空수처'로도 불린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3년간 직접 기소한 사례는 총 3건이다. 이 중 2건이 1심 내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나머지 1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아직 유죄 선고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 5건은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정기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여기에 내부 구성원이 지휘부를 저격하는 내홍도 겪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21일 임명된 김진욱 공수처장이 20일 자정 임기를 마친다. 공수처 출범 이후 첫 수장에 올라 3년을 이끌었지만, 평가는 박하다. 김 처장 역시 퇴임사를 통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난의 말에 "송구하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에게는 "아직도 미비한 것이 많은 상태에서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퇴임식에서 흔히 듣는 "대과(大過·큰 허물이나 잘못) 없이 퇴직하게 돼 감사하다"는 내용은 김 처장의 퇴임사에는 없었다.
떠나는 김 처장을 마지막까지 비난할 마음은 없다. 다만 당부의 말을 전할까 한다. 바로 후임자에게 제대로 된 '바통' 터치, 마지막 임무다. 후임 공수처장 인선 작업이 늦어지며 공수처 수장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김 처장은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후임 처장이 정해지면 따로 말씀드릴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인수인계할 사항이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처장은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두 건 사건을 수사하는 성과보다 지속가능성과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뒀다. 그는 완성은 아니지만 "공수처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일할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하고 나간다"고 자평했다.
세간의 평가와 김 처장의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주목할 것은 김 처장을 비롯해 지난 3년 공수처가 겪은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 등은 모두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각계에서 날아든 비난조차 말이다. 이 자산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실수도, 잘못도 인정하고 전달해야 후임자의 실책은 줄어들 것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겠지만, 아직 마지막 임무가 남았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