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의회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을 상습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시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수직관계로 인식되는 '의원'과 '직원'이라는 구조에서 직원은 피해를 당해도 속수무책인 반면 시의원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최근 탈당한 양산시의회 A의원에게 2022년 7월부터 1년 넘게 상습 추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직원 B씨는 "시의회 근무 당시 피해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실상 수직관계 구조 속에 이러한 문제 제기가 묻힐 것이란 걱정과 함께 조직 내부에서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하면 2차 가해가 따를 것이란 우려도 신고를 주저하게 했다.
이때문에 B씨가 할 수 있는 건 당사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B씨는 "A의원 앞에서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힌 적도 있지만, 이후 (A의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를 힐난하거나 저보다 높은 직급의 직원에게 제 험담을 했다"며 "너무나 괴로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점 때문에 둘이 술 마시자는 A의원 제안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지인에게 A의원과의 약속 장소까지 알려 줬다"고 토로했다.
A의원은 의정활동에 사용해야 할 업무추진비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면서까지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의회 누리집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7일 A의원은 양산의 한 고깃집을 방문하고 업무추진비 카드로 10만5천원을 결제했다.
이 내역에는 4명이 현장 의정활동을 했다고 기록됐다.
A의원은 이 내용과 관련해 다른 지인도 함께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B씨는 다른 지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이 약속 이틀 전 A의원은 B씨에게 "할 얘기(비밀포함)도 있고 해서 간만에 둘이 한잔하려는 거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B씨는 장기간 고통을 겪다가 결국 오랜 시간 일한 근무지를 떠나야 했고, 다른 지역으로 전출되고 난 후에야 A의원을 신고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에서 상습 추행을 당해도 수직관계에 있는 피해자는 제대로 된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직장에선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게 돼 있지만 큰 힘을 가진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의문"이라며 "시의회 등 기관에서는 특히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의원은 양산시의회가 지난해 11월 시의원을 상대로 진행한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예방 및 방지를 위한 교육'(약칭 폭력 예방 교육)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교육엔 전체 시의원 19명 중 16명이 참가했다.
의회 관계자는 "해당 교육에 불참해도 의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