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각)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포츠 콤플렉스. 필리핀 소프트테니스(정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한국의 DGB대구은행 여자팀 선수들이 합동 훈련에 한창이었다.
조경수 감독을 비롯한 대구은행 선수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닐라를 찾아 전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따뜻한 날씨에 부상 위험 없이 담금질을 하는 것은 물론 필리핀 대표팀에게 기술을 전하는 일종의 재능 기부까지 하는 저변 확대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다.
실제로 필리핀 대표팀은 지난해 1월 대구은행과 합동 훈련을 통해 부쩍 기량이 늘었고, 값진 결실을 봤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 여자 복식과 단체전 등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SEA 게임 여자 복식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프린세스 카틴딕(26)은 "대구은행 선수단과 지난해 합동 훈련을 하면서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핸드 스트로크와 스매시 등 어려운 기술들을 지도해줬고 이를 바탕으로 SEA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소프트테니스는 한국과 종주국 일본, 대만이 3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자존심 대결도 만만치 않다. 특히 SEA 게임에서 이들 국가의 경쟁은 올림픽 못지 않게 뜨겁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이 대구은행의 합동 훈련과 기술 전수 등으로 효과를 본 터라 환영을 할 수밖에 없다.
올해 대구은행의 합동 훈련은 필리핀 유력 방송사인 PTV 뉴스에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필리핀 대표팀 마이클 엔리케스 헤드 코치는 PTV와 인터뷰에서 "대구은행 선수단의 기술 지도로 SEA 게임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과 합동 훈련에 고무된 필리핀 대표팀은 나아가 올해 9월 경기도 안성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엔리케스 코치와 카틴딕은 "지난해 SEA 게임 선전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왔다"면서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필리핀 등 동남아 팀들이 지난해 순창오픈 등을 통해 국내 전지 훈련을 오기도 했다"면서 "다시 대구은행이 필리핀을 가서 훈련을 하니 기술과 노하우 전수가 더 빨리 이뤄졌다"고 짚었다. 이어 "필리핀소프트테니스협회는 물론 체육회, 올림픽위원회까지 대구은행의 방문을 반긴다"고 귀띔했다.
대구은행 선수들도 필리핀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얻는 게 많다. 에이스 김민주(23)는 "필리핀 선수들이 배운 기술들을 잘 구사해서 SEA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뿌듯하다"면서 "너무 열심히 하는 필리핀 선수들의 노력에 우리도 자극을 받아 훈련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대구은행은 2010년부터 해외 전지 훈련을 겸해 다른 국가들에 재능 기부를 해오고 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네덜란드,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에도 다녀왔고, 일본 오사카와 오키나와 등 고교팀 지도자와 선수들을 지도했다.
1980년 창단한 대구은행 소프트테니스팀은 1959년에 생긴 NH농협은행 다음으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해 김민주와 김한설을 앞세워 국내 대회 7관왕을 달성하는 등 강호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전지 훈련을 통해 K-스포츠 한류 바람도 일으키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번 전지 훈련 기간 필리핀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재능 기부 행사도 소화할 예정이다. 조 감독은 "앞으로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베트남 등 소프트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다른 국가들에서도 전지 훈련과 재능 기부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