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영화톡]쓴맛 본 '외계+인', K-어벤져스 2부로 설욕전

영화 '외계+인' 2부 포스터.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외계+인' 1부 이후 1년 6개월, 최동훈 감독은 150번을 보며 52번의 편집을 거쳐 '외계+인' 2부를 세상에 내놨다. 그 결과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을 깨고 '전편보다 나은 속편'도 있음을 새삼 증명했다. 무협, SF, 한국형 판타지, 액션 등 장르물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외계+인'이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뒀는지 1, 2부를 본 두 기자가 '외계+인' 2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외계+인' 2부, 어떻게 봤어?

최영주 기자(이하 최)> 2부를 보고 난 후 든 이미지가 하나 있었다. 바로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었다. 1부에서 뿌려 놓은 떡밥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열심히 '줍줍'(줍고 줍는다)했다. 그리고 확실히 1부에서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캐릭터를 소개하고 난 후라 2부는 1부보다 속도감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2부 어떻게 봤나?

유원정 기자(이하 유)> 확실히 1부에 비해 집중도가 높아졌다. 1부는 신검을 찾는 캐릭터들의 여정이었지만 시간적으로 '미래'에 있는 이안(김태리)과 가드 겸 썬더(김우빈)의 과거사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다. 물론, 왜 이안이 고려시대에 떨어져 신검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 그 서사를 풀어야 하긴 했다.

그럼에도 신검을 쫓는 도사 무륵(류준열),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자장(김의성) 등 고려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방대한 과거사가 잘 섞이지 않으면서 다소 산만하고 구구절절한 느낌을 받았다. 2부에서는 이런 1부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고자 선택과 집중에 노력한 것이 눈에 띄었다. '신검'을 찾아 현대 한국으로 돌아와 탈옥한 외계인 죄수들로부터 서울을 구한다는 '히어로물'의 목적과 오락성에 충실했다.

영화 '외계+인' 2부 신검관계도. CJ ENM 제공

최> 동의한다. 사실 보면서 '외계+인' 시리즈에서 빛나는 파트이자 최동훈 감독이 잘할 수 있는 건 역시 SF보다는 무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듬감 있는 무협 액션을 비롯해 영화를 가로지르는 무협 세계관이 영화의 확실한 재미를 담보한다. SF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조금 더 세밀하게 구축했다면 더욱더 즐거운 '혼종'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사람'과 '팀', 다른 말로는 '연대'의 메시지로 2부를 잘 마무리했다고 본다.

유> 1부로 신검을 찾으려는 각 캐릭터들의 서사를 '빌드업'했다면 2부에서는 결국 이들을 현대에 모두 모아 클라이맥스에서 액션을 터뜨린다. 어찌 보면 마블 영화의 구도와도 닮아 있다. 1부에 비하면 이야기가 쌓은 각종 의문점은 시원하게 해소된다. 누구 몸에 외계인 죄수들 우두머리가 숨어 들어갔는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서로 무관할 것 같았던 캐릭터들의 서사가 얽혀 새로운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1부에 감춰뒀던 모든 '떡밥들'이 회수되면서 영화가 왜 2부까지 오게 됐는지 그 명분과 개연성을 갖춘다.

최> 역시나, 떡밥 회수는 중요했다. 나중에도 이야기하겠지만, 마블 영화 구도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마지막에 고려, 현대, 외계 캐릭터가 다 모여 사실상 "어셈블!"을 외친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캐릭터와 무협·SF·현대 액션의 향연

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매 작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최동훈 감독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다. '외계+인' 역시 고려와 현대, 우주를 아우르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외계+인' 시리즈는 두드러지는 한 인물을 내세우기보다 '팀업 무비'의 성격이 강했던 만큼, 인물의 역할과 능력을 골고루 분산한 것 같다. 사실 세계관과 인물을 조금 덜어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유> 캐릭터들은 분명 매력적이다. '감초 조연'처럼 비교적 적은 비중의 캐릭터라도 도구처럼 소비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서사를 입혔다. 너무 친절하지만, 한편으로는 소화가 버거웠다는 생각도 든다. '타짜' '도둑들' '암살'에서 보듯이 최동훈 감독은 주연이 여럿인 영화에 강하다. 비중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매력적으로 그려내 왔다. '외계인' 시리즈에서도 그런 자신감이 작용했겠지만, 미묘하게 전작들보다 평이했다.

결국 팀으로 가지만 그 과정이 개별 플레이 중심이라 그런지 각 캐릭터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구심점이 강하지 못했다. 역할로 따졌을 때 굳이 둘로 나눌 필요가 있나 싶은 캐릭터들도 있었다. 오히려 중심 캐릭터 무륵과 이안이 묻히는 느낌이었다. 결국 관객의 시선은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를 따라가기 때문에 이들 매력도가 떨어지면 몰입이 어려워진다. 언제나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이라 더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최> 이게 모든 캐릭터가 '평준화' 돼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 역할의 이안과 무륵이 뚜렷하게 각인되진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것 같다. 눈에 띄는 캐릭터로 1부에서는 흑설과 청운이 하드캐리했다면, 2부에서는 민개인(이하늬)과 능파(진선규)가 하드캐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 2부 통틀어 귀여움을 담당한 '고양이' 버전 우왕좌왕은 무조건 최고다. 세상을 구한다는 우주적인 정설의 주인공인 고양이 버전 우왕좌왕 분량이 적은 게 아쉽다.

'혼종 장르'를 표방한 '외계+인' 2부의 장르적인 부분들은 어땠나? 초반부터 감독이 잘하는 리듬감 있는 액션 신으로 열며 시작했다.

유> 액션과 무협 스타일 그리고 SF에 충실한 만화적 장면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마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암살' '도둑들'의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현대로 넘어가면서 배치됐고, 여기에 '도사 전우치'를 떠올리게 하는 무륵, 두 신선(흑설·청운)은 코믹한 상상력의 무협 액션을 곁들였다. 투박한 도(刀)를 이용한 맹인 검객 능파, 그리고 그 후손 민개인의 액션도 볼거리였다. 특히 외계인 죄수들과 정면 대치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SF와 현대 액션, 그리고 고려 무협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최동훈 감독만의 액션 스타일은 역시나 좋고 옳은 것 같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을 구축하고 그들의 액션을 끌어내는 방식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살' '도둑들'에서도 그랬지만, 최 감독이 여성 캐릭터에게 과도한 여성성을 부여하지 않고 캐릭터 자체로 그 매력을 잘 살린다고 생각한다.

영화 '외계+인' 2부 예고편. CJ ENM 제공

1년 6개월의 시간, VFX는 발전했다

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고 했던가. 2부가 나오기까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VFX 기술력이 발전한 만큼 '외계+인' 2부 속 VFX 부분도 1부보다 더 정교해졌다. 예를 들어 다뉴세문경 액션에서 흑설의 팔이 '고무 고무 팔!'하는 장면이 그랬다. 또 외계인과 썬더, 우주선의 모습도 1부보다 현실감을 더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 전투 장면에서 아무런 거슬림이 없을 정도로 훨씬 좋아졌다. 사극 복장을 한 캐릭터들 사이를 외계인들이 누비고 다녀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야말로 장면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1부가 외계인 죄수들의 등장이라면 2부에서는 외계인 죄수들 대 인간의 난투극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외계인 죄수들은 거미를 연상시키는 형태나 촉수 등 자유자재로 몸을 바꾸는데 그 연결성이 부드럽고,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인간'인 캐릭터들과 CG인 외계인 죄수들의 움직임, 그리고 공간적 요소까지 3박자가 잘 어우러져 팽팽한 전투신을 완성했다. 위기의 순간에는 인간에서 기계로 변신하는 썬더의 모습 역시 유연하게 표현됐다.

영화 '외계+인' 2부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최> 기술의 발전을 새삼 느꼈다. 그런데 우주인과 우주선의 모습은 사실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준다. SF 세계관에 대한 세밀한 구축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무협 세계관만큼 SF 세계관도 '끌올' 됐더라면 보다 좋은 혼종, 만족스러운 혼종이 됐을 거라 본다. 그래도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무협, SF, 현대극을 오가며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 자양분이 될 거라 본다.
 
유> 단순히 외계인 구현에 그치지 않고 생각보다 VFX가 적재적소에 활용됐다. 비현실적인 상상을 현실화하는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무륵이 부채에서 검을 소환하고, 두 신선이 각종 도구로 신체의 일부를 극대화시키고, 무륵·이안이 가드로 변신할 때, 자연스러움과 함께 위트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흔히 SF 장르에 기대하는 광범위한 우주 배경의 액션은 없었는데, 시공간을 이동할 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VFX 범위를 좀 더 넓혔어도 좋았을 것 같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외계+인' 2부 베스트 신 3

최> 이제 인상 깊었던 장면 세 가지를 골라보자. 어쩐지 겹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하나는 맹인 검객 능파의 등장을 알리는 액션 신. 또 하나는 흑설과 청운의 헬스장 신. 마지막은 영화의 엔딩, 가드의 집 앞에서 벌어진 액션 신. 맹인 검객 소재는 무협지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외계+인'의 장점인 무협 세계관 속 맹인 검객의 액션을 유려하게 펼쳐낸 진선규의 연기가 조화를 잘 이뤘다.
 
그리고 흑설과 청운의 헬스장 신이 등장했을 때 기억나나?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어깨를 때렸던 거 말이다. 난 이런 거에 약하기도 하지만, 염정아와 조우진이 너무 능청맞게 연기를 잘했다. 마지막 가드 집 앞 대규모 액션 신은 말 그대로 "어셈블!" 외치는 액션이었다. '외계+인'의 메시지와 정체성이 잘 드러나기도 했고, 무협과 SF, 현대 액션이 총집합된 대규모 액션을 잘 세팅해 구현했다고 본다.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유>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웃음) 마지막 클라이맥스 전투신, 맹인 검객 능파의 액션 그리고 두 신선의 헬스클럽 불시착신을 꼽겠다. 물론 가드가 된 이안의 활약이 생각보다 적어 아쉬웠지만 클라이맥스 전투신은 지금까지 고단한 여정을 거쳐 온 캐릭터들이 모여 불가능할 것 같은 외계인 죄수와의 맞대결을 가능케 만들었다. 물론 '인간의 연대'라는 감독의 메시지도 잘 살렸다.

맹인 검객 능파의 액션은 솔로 액션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 시각 외에 다른 오감을 모두 동원해 속전속결로 담판을 짓는 압도적 파워가 느껴졌다. 예고편에도 등장한 헬스클럽 불시착신은 '외계+인'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유쾌했다. 우아한 듯 어딘가 허술한 두 신선들이 트레드밀의 속도에 맞춰 다방면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최> 그 엄청난 파괴력 덕분에 나한테 계속 얻어맞지 않았나. 이렇게 베스트 3가 겹치다니… 자, 우리도 '어셈블'을 외치자.
 
영화 '외계+인' 2부 스틸컷. CJ ENM 제공
 

한 줄 평


유> 1편 물음표는 일단 해소. 절치부심했기에 뚝심도 지켰다

최> 줍줍 신공과 어셈블 신공으로 완성한 최동훈표 팀업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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