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의 한 사립중학교가 건물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교직원 등 총 750여명이 붕괴 위험 속에 학교 건물을 이용해야 할 지경이다.
학교는 신입 학급 수를 대폭 감축하거나, 안전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추가 정밀안전진단 후 판단하겠다며 늑장 행정만 벌이고 있다.
18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구 동도중학교는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가 최근 안전진단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5개 안전등급 가운데 4번째인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히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실제로 전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직접 찾은 동도중학교는 교실과 복도 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이러한 틈마다 새끼손가락 끝부분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창문에 턱을 둘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외벽 두께가 얇고, 내부 복도 폭은 맨눈으로 보기에도 균일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나마 2층 천장은 중간 중간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하중을 분산시킨 것과 달리, 3층은 천장을 받치는 구조물도 없이 하나의 넓은 판 형태다. 학교 관계자는 "옛날에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27~28도까지 올라간다"며 "과부하가 걸려서 불이라도 나면 지붕의 70년 가까이 바짝 마른 나무가 쉽게 타고 천장은 하중 때문에 주저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학교 측은 2020년 4월부터 지붕 보수 공사를 위해 구조안전진단을 한 결과 안전등급 'D등급'을 통보받았다. 이후 교육청에 정밀안전진단을 요청했고 더 나아가 안전대책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던 터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는 2020년 6월 정밀안전점검을 진행했지만 'B등급'이 나왔고, 한 달 뒤 시행한 3종 시설 정기안전점검에서도 'B등급'이 나왔으니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또 지난해 10월 마포구 안전관리자문단 점검에서도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육부 지침 등에 따르면 교육청은 매년 '맨눈'으로 하는 정기안전점검을 하고, 4년 주기로 장비를 동원해 콘크리트 강도 등을 추가로 점검하는 정밀안전점검을 시행한다. 그런데 정밀안전점검에서 시설물 안전등급이 D(미흡) 또는 E(불량)을 맞아야만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니, 동도중학교 건물은 진단 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가 수차례 요구한 끝에 교육청은 올해 예정됐던 4년 주기 정밀안전점검을 지난해 12월로 앞당겨 시행했다.
놀랍게도 그 결과 3년 전 시행한 정밀안전점검 'B등급'이 아닌 'D등급'이 나왔다. 이처럼 느닷없는 등급 변화의 원인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 관계자는 "전문가에게 용역을 준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다만 현행 시설물 안전관리 규정상 목구조에 대한 점검 기준이 아예 없어 그동안 동도중학교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지붕의 목구조물이 조사 항목 자체에서 제외돼 안전점검이 부족했다는 점은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점검에서 전문업체가 동도중학교 건물 전체를 조사한 결과 목재 구조로 된 지붕층이 취약하고, 전반적인 건물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기준 강도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동도중학교는 약 70년 전인 1957년 10월 21일 준공된 지상 4층 규모 석조 건물로, 설계도면 자체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낡은 건물이다.
또 철근 표면에 돌기가 있어 콘크리트가 잘 부착하도록 한 '이형철근'이 아닌,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도 않는 원기둥 형태의 '원형철근'을 이용한 건축물이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진행한 안전점검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학교의 현실과 달리 'B등급'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동도중학교 신현종 이사장은 "건물이 순식간에 주저앉을 수 있다"며 "그 안에 아이들 750명이 있는데, 5분 안에 압사되는데,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며 답답해했다.
신 이사장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선포된 이후 사립학교는 이사장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돼 있어서 저는 피가 마른다"며 "문제 생기면 교육청 등에도 책임을 끝까지 물겠다고 하니 그제야 정밀안전점검을 시행해 줬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는 지난 12일 공문을 통해 학교 측에 정밀안전진단을 올 상반기 중 진행하고, 오는 6월쯤 그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교육청은 당장 신입생 3개 학급을 줄여달라는 학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올해 신입생 7개 학급을 배치했다. 지난해보다 한 학급만을 줄여준 결과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넘어서 3개 학급 감축 요청이 오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시설 안전등급이 'B등급'으로 나왔다"며 "80~90명의 학생들을 분산 배치할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면 내년 배치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광주대학교 건축학과 송창영 교수는 "안전등급 'B등급'인 경우 사실 매우 좋은 상태인데, 갑자기 'D등급'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고 굉장히 잘못됐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안전재난 관리는 네거티브 어프로치로서 미흡하고 불완전한 것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