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는 고 이선균의 수사 과정에 문제점을 짚은 각계 각층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는 지난해 10월 19일 내사 단계부터 일찌감치 언론에 익명 보도됐다. 이후 후속 보도를 통해 최초 기사의 '톱스타 L씨'가 이선균임이 알려지면서 연예계 마약 스캔들로 번졌다. 인천경찰청이 마약 혐의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를 처음 조사한 지 불과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마산동부경찰서 류근창 경감도 "피의자로 입건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범죄 의심이 돼서 살피는 정도의 수준인데 그 대상자가 언론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이거는 매우 부정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선균에 대한 공개 소환 조사는 세 차례 이뤄졌지만 경찰은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이 의존했던 유일한 단서, 김씨 진술마저 일관성이 없었다. 김씨는 이선균의 마약 투약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이선균의 일정을 전하며 답변을 유도하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후 김씨가 특정한 투약일 역시 CC(폐쇄회로)TV 결과와 날짜가 맞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감정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3차 소환 조사에서 이선균 측은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민 변호사는 "원래 수사는 기밀로 해야 정상이다. 보여주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수사기관 내부에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를 통해 이 사람은 범죄자가 맞다는 낙인을 찍고 자백하게 만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김씨가 진술했던 또 다른 연예인,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송치 결정이 나자 경찰은 이선균 혐의 입증에 더욱 매달렸을 것이란 설명이다.
우석대학교 배상훈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드래곤이 불송치되면서 경찰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거다. 지드래곤이라는 진짜 스타를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했고, 마약 수사 검사 출신 배한진 변호사도 "같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권지용이 불송치가 나오면서 수사하는 입장에선 압박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과잉 수사로 비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무리한 수사 방식에 대해 류 경감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았다. 10년 사이에 9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너무했다고 했는데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가 없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