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강행한다. '초호화 이사회'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들의 손으로 '국민기업' 포스코의 앞날을 좌우할 인선 작업을 계속 이어가도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17일 후추위는 일정대로 6차 회의를 열고 '외부 잠정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외부 평판 조회 대상자를 15명으로 추린 후추위는 16일까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이들에 대한 평판 조회 결과를 받았다. 기존 확정된 내부 롱리스트 7명에 평판조회를 통과한 외부 롱리스트까지 10여명 규모의 롱리스트가 확정된다.
이어 후추위는 CEO 후보 추천 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5명 내외의 '숏리스트'로, 다시 '파이널리스트'로 후보 명단을 압축한다. 심층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하면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를 통과하면 오는 3월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른바 '초호화 이사회' 논란에 휩싸여 신뢰도가 크게 손상된 후추위가 인선 작업을 예정대로 완수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비록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다지만 도덕적 지탄을 넘어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가 인선한 사외이사 7명 모두 역시 수사선상에 오른 채로 후추위 위원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들의 '초호화 이사회'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경찰 수사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2019년 8월 중국 이사회 일정에 참석한 최 회장과 사내외 이사 8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 및 배임수재 등 혐의로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당시 이사회는 백두산 관광을 하고 유명 골프장을 방문하는 등 '초호화 이사회'를 즐겼는데, 관련 비용을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했다는 의혹은 CBS의 단독 보도로 세간에 드러난 바 있다.
이들은 중국 베이징의 포스코센터에서 단 하루 이사회를 가지면서 이를 전후해 7일 동안 베이징과 백두산 일대를 여행했다.
이들은 백두산을 관광하기 위해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서 연길 공항으로 이동할 때 전세기까지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에도 세계적 최고급 브랜드로 유명한 호텔에서 숙박하며, 중식당·프랑스 식당을 돌면서 와인을 곁들인 고가의 식사를 즐겼다. 또 베이징의 한 고급 골프장에서 라운딩도 즐겼는데, 이 비용도 포스코 측에서 부담했다.
이같은 '초호화 해외 이사회'를 위해 약 7억~8억 원이 들었는데, 이중 상당 부분은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제기됐던 지난해 '캐나다 초호화 이사회'에 이어 이날 '중국 초호화 이사회'에 대한 고발도 접수되면 경찰 수사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중국 초호화 이사회 의혹'에 대해 "고발 내용 위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추가 고발되는 등 필요하면 그 부분(중국 이사회 논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서울 수서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후추위는 지난 12일 ""(호화 이사회 논란은)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외압 의혹'까지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닌 만큼 향후 법적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대일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협력자금을 지원받아 설립했던, 혈세로 쌓아올린 국민기업이다. 또 국민들의 노후재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지분율 6.71%로 포스코 최대주주로 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지분이 나눠져 주인이 없는 회사인 KT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던 만큼, 자칫 포스코 후추위의 인선 작업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임을 노리던 구현모 전 KT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검찰 수사와 국민연금공단의 사퇴 압박 속에 결국 지난해 2월 대표이사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고, 사외이사들도 줄줄이 사임했다. 이로 인해 KT는 신규 사외이사진을 꾸려 현재 대표인 김영섭 후보자의 회장 선임 과정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