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면 당뇨·치매 등을 일으키는 비(非)알콜성지방간(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NAFLD) 생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자연 노화로 발생하는 비알콜성지방간이 비타민 D에 의해 억제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의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실험분자의과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2.8, mrnIF 95.56)' 1월 온라인판에 실렸다.
비알콜성지방간은 간에 5% 이상 지방이 침착된 경우를 이른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이상(40.4%)이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다.
지방간은 간섬유화가 진행되는 간경변과 간암뿐 아니라 △2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비알콜성지방간 환자는 제2형 당뇨를 앓을 확률이 2.2배, 심혈관질환 위험은 1.6배, 치매 유병률은 8% 각각 증가한다는 선행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은 서구권에 비해 비타민 D 결핍환자가 느는 추세다. 전체 영양소 결핍 환자의 73.7%에 달하는데, 2017년 8만 6200여 명에서 2021년 24만 7천여 명으로 급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문제는 특히 고령층에서 비타민D 결핍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도 국내 비알콜성지방간 환자 대다수가 노령인구인 데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상황에 주목했다.
현재까지 비타민 D가 당뇨나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그 효과나 작용 기전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비알콜성지방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인된 치료제도 전무하다. 비만도 및 근육량 증가 등 2차적 치료만이 권고되고 있는데, 그마저도 노인층에는 실생활 적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팀이 '비타민 D 섭취' 등 보다 용이한 예방·중재법을 찾고자 한 이유다.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 연구팀은 노화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자연 노화에 의한 비타민 D 결핍이 미토콘드리아 내막 구조 조절 단백질(Micos 60) 양을 급격히 줄여 간에서의 지방 축적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2개의 막(내막·외막)으로 구성돼 있는데, 내막은 여러 겹으로 접혀 있는 구조(크리스테·cristae)로 이뤄져 있다. Micos 60은 크리스테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노화쥐에 충분한 양의 비타민 D를 보충하면 Micos 60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켜 지방간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실험은 생후 3개월(청소년기), 18개월(노년기) 된 쥐에게 각각 넉 달 간 비타민 D를 투여하고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화로 생긴 지방간의 미토콘드리아에서는 Micos 60 단백질이 급감했고, 비타민 D를 보충해 지방간이 생성되지 않은 간에서는 Micos 60의 양이 젊은 쥐와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체내 비타민 D 농도가 충분한 젊은쥐는 지방간 개선 효과가 없었던 반면, 비타민 D 양이 부족했던 노화쥐는 뚜렷한 지방간 억제 효과를 보였다.
당국은 이번 연구 결과가 노인성 대사질환·만성질환 예방에 기여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비타민 D의 지방간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타민 D에 의한 예방효과와 그 조절 기전을 직접적으로 밝힌 의미있는 연구"라며 "고령층에서 적절한 비타민 D 섭취가 노화로 인한 지방간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체내 비타민 D는 피부에 존재하는 효소(7-dehydrocholesterol)에 의해 생성되고, 간과 신장을 거쳐 활성 상태의 비타민 D로 전환된다. 노화가 진행되면 피부에 존재하는 효소량 자체가 줄어들어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감소하게 된다.
비타민 D는 30분에서 1시간 가량 햇볕을 충분히 쬐어주면 피부를 통해 합성된다. 연어·참치 등의 생선이나 계란, 우유, 버섯 등의 식품이나 보조 영양제 섭취로도 보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