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를 낸 대리운전 기사가 차주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차주는 차량상태 확인차 1m 남짓 운전했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6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대리운전 기사가 접촉사고 후 절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회사 인근에서 간단히 회식 후 대리운전을 불렀다"며 "대리운전 기사님께 수동차량이니 참고 바란다고 말씀드리니 '수동은 오랜만이라 불안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우선 운전을 해보기로 한 대리운전 기사는 주차된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A 씨는 "차를 빼자마자 앞에 있던 차와 추돌해 버렸다"며 "클러치를 밟으면서 차량이 밀렸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차량 상태를 확인하려면 차를 뒤로 좀 빼야 하는데 대리기사가 수동 차 운전을 못하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 뒤로 50cm, 앞으로 50cm 정도 운전해 확인했다"고 음주운전 경위를 주장했다.
보험접수를 마친 대리운전 기사는 "수동이라 싫다고 했는데 왜 운전을 요청해서 이 사달을 만들었느냐"며 A 씨에 자기부담금을 내줄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일어나 경찰관이 출동했다.
A 씨는 "경찰이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하니 경찰로서는 해드릴 게 없다'고 하자 대리운전 기사가 억울했는지 '차주가 조금 전 1m 정도 운전했다. 이거 음주운전 아니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A 씨는 음주측정을 하게 됐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인 0.096%로 측정됐다.
A 씨는 "인적사항 기재후 다른 대리를 불러 집으로 복귀하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데 면허취소는 치명적이고 외벌이라 벌금도 부담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사고 후 긴급피난으로 어필하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긴급피난이란 위난상태에 빠진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고는 달리 피할 방법이 없을 때 인정되는 정당화 사유의 하나다.
지난해 8월 만취 상태로 약 10m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20대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좁은 도로 한복판에 선 자신의 차를 음주 상태로 몰아 갓길에 주차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원활한 교통과 사고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지난해 면허취소 수준의 술을 마신 상태에서 50cm 정도 차량을 운전한 40대 남성이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법원은 이 남성이 당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운전석 옆에 토해 놓은 토사물로 기사가 차를 타는 데 애를 먹을까 우려해 차를 몰았고 계속해서 운전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