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와 관련한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국내투자자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안이나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필요성에 대해 추가로 검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위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중개 상품의 라이선스 범위 밖 상품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선 ETF가 기초자산인 지수를 따라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은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산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기타 등을 인정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여기에 비트코인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증권사들도 당국의 이같은 행보에 일제히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단에 나선 상태다. 일부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선물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을 따라가는 파생상품으로 비트코인 시가에 맞춰 실시간으로 매입하는 현물 ETF와 성격이 다르지만 당국의 스탠스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지난 2021년 12월 비트코인 선물 ETF가 상장됐을 당시에는 제재를 하지 않았던 당국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서면서 혼란을 가중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지시간으로 이달 10일 SEC의 승인 시점이 알려져 있었는데 왜 미리 방침을 정해두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승인됐다고 해서 당장 그간의 금융당국의 방침을 급선회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특히 투기성이 짙은 비트코인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당국의 신중한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본시장 환경이 매우 달라 부작용이 우려된다. 미국의 경우 '고위험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투기적 목적으로 자본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융당국으로서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앞서 승인한만큼 추이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금융위는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ETF 승인이 '그림의 떡'이 될 줄은 몰랐다며 항의하고 있다.
한 코인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들은 "총선에서 금지를 풀자는 쪽에 표를 던질 것"이라거나 "국내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국만 안되면 뒤처지는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김형중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석좌교수는 "국내에서는 투자자 보호 측면만 너무 강조하며 보수적으로만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 등에서 미국보다도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하고 있는만큼 사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평가나 투자자 보호관점에서 파급효과나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문제 없는지 검토를 시작하고, 비트코인 ETF에 대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잘 이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곧 논의가 시작되지 않겠냐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시기를 전후해 고려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7월 법 시행으로 비트코인이 '이용자 보호가 이뤄지는 자산'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초자산의 범주에 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추가적인 법안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논의가 시작되는데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